신광영 사회부 사건팀장
폭력 시위를 주도해 법정에 선 민노총 간부들은 “절박감에서 비롯된 우발적 행동”이라며 선처를 호소한다. 법원은 그런 사정을 감안해 양형 기준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고 집행을 유예해준다. 민노총은 폭력 시위로 일부가 구속되더라도 곧 ‘거물’이 되어 복귀하는 패턴을 반복하며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철옹성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불법 집회가 민노총에 ‘남는 장사’는 아니다. 폭력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론의 싸늘한 시선이 남는다. 조합원들이 휘두른 폭력의 피해자는 주로 시위 현장 최전선에 있는 순경이나 의경 등 경찰 내부의 하급자들이다. 공사장 등에서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비슷한 처지의 다른 노조 조합원인 경우도 많다. 시위대의 폭력은 강한 자를 향한 저항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자, 주변에 있는 경찰들 다 걷어주시기 바랍니다.”(2015년 11월 서울 민중총궐기)
“지부장이 명령합니다. 완력을 행사하기 바랍니다. 경찰 무장해제시키십시오.”(2016년 6월 울산 플랜트건설노조 집회)
민노총 간부들은 법정에서 “평화로운 집회로는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없어 과격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과격할수록 ‘깨어 있는 시민’들이 동조할 것이라는 민노총의 바람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민노총은 시위의 폭력성을 부각시킨 보도 탓이라며 언론에 화살을 돌린다. 지난달에는 ‘집회 시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노동보도 준칙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불법 폭력 시위가 벌어졌을 때 수단의 불법성을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주장에 더 귀 기울인다면 합법적으로 시위하는 대다수 시민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포장할 수 없는 인간성을 짓밟는 행위다. 머리띠에 ‘열사정신 계승’ ‘노동인권 보장’ 같은 고귀한 문구가 적혀 있더라도 복면 차림에 각목을 든 시위대에 둘러싸인 사람은 극한의 공포를 느낀다. 지난달 22일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경찰관은 “피투성이가 된 내 모습이 너무 수치스러워 집에 갈 수 없었다”고 본보 기자에게 말했다.
“오늘의 분노를 담아 끝장냅시다.”
“맞짱 뜹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똑같습니다.”
“노동자의 깡다구로 박살내야 합니다.”
일상 언어와 동떨어진 이 날 선 구호에는 평범한 시민의 공감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신광영 사회부 사건팀장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