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김형민 경제부 기자
그런데 이 특례법에는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 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최근 5년 이내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업을 하기 전 일반 기업으로 있을 때에도 위법 경력이 있으면 안 된다는 취지다. 기업들은 이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특례법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던 시기에 벌어진 일로 신사업 진출에 족쇄를 채워 놨다”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발전을 위해 만든 특례법은 실제로 많은 ICT 기업들에 오히려 인터넷은행 진출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KT는 지하철 광고 입찰 담합 등 2016년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로 케이뱅크 대주주 지위가 흔들리는 처지다. 이 때문에 KT의 자본 확충이 미뤄지면서 케이뱅크는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고 주력 대출상품의 판매가 중단되는 등 영업이 파행을 빚고 있다. 업계에선 KT가 결국 케이뱅크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금융회사 대주주 요건에 대한 이처럼 강력한 규제는 그 연원이 과거 경제개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업 투명성과 지배구조가 낙후됐던 시기,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를 막는다는 취지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2002년 개정된 은행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은행 대주주 규제는 재벌 총수의 비자금 조성이나 부당 대출 같은 불법 행위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지만, 규제가 너무 강력하게 집행되면 인터넷은행 같은 신산업의 출현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다.
제3인터넷은행 인가 레이스가 흥행에 실패한 것도 강력한 대주주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나 인터파크 등 ICT 기업 중 새 후보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 기업은 KT와 카카오의 악전고투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인터넷은행 진출에 대한 마음을 접었을 수도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혁신적 사업무기를 장착한 기업들이 규제를 무서워하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판을 깔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완화하고 보유 지분 한도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김형민 경제부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