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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위직, 성평등 교육중 조롱? 자리이탈 논란

입력 | 2019-06-04 03:00:00

총경 승진자 등 68명 대상 강의
여성학자 “귀찮게 왜 하냐며 딴죽” 교육생 “강사 고압적 태도로 갈등”
경찰청장 “주의조치… 사실 확인중”




한 여성학자가 경찰서장급인 총경 승진자와 정부부처 고위 관리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강의를 하던 중 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여성학자는 남성 수강자들이 교육에 태만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정면 부정하는 거라고도 했다.

여성학을 전공한 권수현 박사(51)는 3일 페이스북에 ‘지난달 29일 경찰대에서 실시한 치안정책 과정의 성평등 교육에서 분탕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육은 총경 승진자 55명과 위탁교육을 받으러 온 정부부처 고위 관리 13명 등 모두 68명이 수강했다. 이 중 67명이 남성이었다. 권 박사는 강의 중 조별토론을 하려 하자 일부 수강자가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그냥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고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조별토론이 시작되자 “귀찮게 이런 거 왜 하냐”는 불평과 함께 “커피나 마시러 가자”며 15명 이상이 자리를 떴다고도 했다.

권 박사가 “2017년 현재 여성 경찰 비율이 11.1%”라며 자료화면을 띄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기관장 승진자가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적었다. 권 박사는 “50대 여자 박사인 강사가 전달하려는 지식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성평등이라는 주제 자체를 조롱했다”며 “남성들만으로 이뤄진 조직이 왜 그렇게 무능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당시 현장 수강자들의 말은 달랐다. 권 박사가 강의 전 강의실을 옮기는 과정에서부터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당시 오전에 다른 강사가 강당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강의했고 오후에 같은 장소에서 권 박사 강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권 박사가 강의실을 분임토론이 가능한 교실 형태로 바꾸라고 고압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감정이 틀어진 일부 수강자가 강의 때 공격적인 질문을 했고 권 박사가 불쾌해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고 한다. 강의를 들은 A 씨는 “수강자들이 ‘귀찮은데 빨리 끝내라’고 막말을 한 게 아니라 ‘토론과 발표 방식보다는 사례 위주로 강의를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권 박사가 50대 이상의 수강자들을 ‘계몽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 고압적으로 대한 게 문제”라고 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3일 “강연하신 분이 경찰 상황에 맞춰 문제를 설명해 다른 부처에서 오신 분들은 자기 상황에 안 맞을 수도 있었다”며 “강연을 하신 분 입장에서 보면 불쾌하고 무례한 수강자들이 있었던 것 같아 주의 조치했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