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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의 業]〈20〉면접은 요령이 아니라 과학

입력 | 2019-06-04 03:00:00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

사람은 변할까, 변하지 않을까. 인사 담당자들의 오래된 고민이다. 변한다면 적당히 뽑아서 조직에 맞는 인재로 잘 키우면 된다. 이 경우 채용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인사업무를 오래 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쪽이다. 한번 잘못 뽑으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경험해 본 탓이다. 뽑을 때 잘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학자들은 사람마다 각각 다른 ‘마음의 프로그램(mental DNA)’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물을 먹어도 젖소는 우유를 만들지만 생물학적 프로그램이 다른 뱀은 독을 만드는 것과 같다. 프로그램이 다른 탓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그것을 해석하고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채용 과정은 결국 우유를 만드는 사람과 독을 만드는 사람을 구분해 내는 절차다. 그런 구분을 잘해 내는 것으로 알려진 면접 방식이 과거 행동패턴을 중시하는 ‘행동사건면접(BEI)’이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 어떤 행동을 했다면 미래에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유사한 행동을 할 것이란 근거에서다.

최근 들어 채용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면접의 중요성이 점점 커진다. 블라인드 서류전형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데다, 기업들은 1년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뽑는 정시채용보다 필요한 사람을 그때그때 뽑는 수시채용을 선호한다. 사실상 면접으로만 사람을 뽑는 시대가 온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취업준비생들은 변화에 둔감한 것 같다. 취준생들을 상담해 보면 이들의 면접 준비는 주로 합격한 선배들의 경험담이나, 각종 매체에서 알려주는 면접 요령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면접은 요령이 아니라 ‘과학’이다. 면접 과정에 일정한 원칙이 작동한다는 얘기다. 원리는 간단하다. 면접관들이 ‘마음의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위해 하는 질문들이 있는데 그 질문에만 잘 대비하면 되는 것이다.

훈련받은 제대로 된 면접관이라면 면접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일을 잘하려는 의욕과 실력을 갖췄는가(직무능력). 둘째, 독불장군이 아닌 주변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소통능력). 셋째, 도덕적이고 성실한가(인성). 이직이 잦은 요즘엔 여기에 한 가지 더해 오래 근무할 사람인지도 알고 싶어 한다. 질문이 많은 것 같아도 결국 이 4가지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답변은 실제 자신의 경험 사례로 구성된 BEI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

수학 공식을 알면 문제풀이가 쉽듯, 면접도 원리를 이해하고 대비하면 어렵지 않다. BEI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다양한 경험사례를 찾아 분석해 봐야 하는데, 그 시간은 결국 자신의 장단점을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다. 그런 준비 과정은 더욱 매력 있는 인재로 성장하는 시간이 될 수 있으므로, 면접 준비는 코앞에 닥쳐서 하지 말고 가급적 일찍 시작하면 좋겠다.
 
육동인 강원대 초빙교수·직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