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총리 존슨 거론해 ‘내정간섭’… 마클 왕손빈 비난 발언도 논란 英왕실 환영행사 규모 축소
트럼프 부부, 버킹엄궁 방문 3일부터 2박 3일 일정의 영국 국빈 방문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왼쪽)가 이날 첫 일정으로 버킹엄궁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왼쪽에서 두 번째)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 찰스 왕세자(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커밀라 콘월 공작부인(오른쪽)도 동석했다. 런던=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영국 더선 인터뷰에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을 언급하며 “그는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존슨 전 장관은 각종 막말과 기행으로 ‘영국의 트럼프’로 불린다. 7일 퇴임을 앞둔 테리사 메이 현 총리에게 결례일뿐더러 타국 정상의 선출 과정에 대한 언급 자체가 내정 간섭에 해당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을 ‘독재자’로 칭한 파키스탄 이민자 후손 사디크 칸 런던 시장에게 독설을 날렸다. 그는 “칸은 내가 아니라 런던 범죄에 집중해야 할 패배자다. 그는 멍청하고 무능한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민주)과 비슷하고, 키는 반밖에 안 된다”며 인신공격까지 일삼았다. 그는 더선 인터뷰에서 2016년 미 대선에서 자신을 비판했던 미국인 왕실 인사 메건 마클 왕손빈을 공격하며 “그렇게 형편없는지 몰랐다”고 했다. 왕실 인사 모독 논란이 커지자 인터뷰 녹음 파일이 있는데도 군색한 ‘가짜뉴스’ 핑계를 댔다. 트럼프 대통령은 둘을 비난할 때 모두 ‘끔찍하고 형편없다(nasty)’는 단어를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녀들이 머물 런던 코린시아 호텔의 로열스위트 거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 마지막 날인 5일 런던 근교 포츠머스에서 열릴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에서 어떤 연설을 할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행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을 기념해 미국과 유럽의 단합을 강조하고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자는 취지로 계획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줄곧 유럽 각국과 방위비 지출, 무역적자 등으로 갈등해 왔다.
그는 지난해 7월 첫 번째 영국 방문 때도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대로 인해 수도 런던에 불과 몇 시간만 머물렀다. 이번 방문에서도 영국 내 ‘트럼프 반감’만 높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4일 오전 11시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가 예정돼 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