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57cm-너비 49cm 크기 압도적… 투박하고 거칠지만 정겨운 자연미 “천재 도공의 손맛 살아 숨쉬는 듯” 위당 정인보 미공개 간찰 10건 출품, 천경자作 ‘기타 치는 사람’도 선봬
12일 열리는 제6회 동아옥션에 출품된 현존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달항아리. 높이 57cm, 지름 49cm, 입지름 20.5cm, 밑지름 16cm의 크기를 자랑한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달항아리는 궁궐 또는 상류 사대부 계층에서 사용했던 도자기다. 이번에 출품된 도자는 자연스러운 색깔과 편안한 형태감이 눈길을 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조선시대 달항아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확인된 달항아리가 동아옥션 경매에 나왔다. 1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18층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제6회 동아옥션 정기 경매에는 총 200여 건의 다채로운 예술품을 선보인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주목할 작품은 높이 57cm, 너비 49cm의 달항아리다. 그동안 국보로 지정된 달항아리 3점이 모두 높이가 44∼49cm라는 점에서, 동아옥션이 선보이는 달항아리는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이번에 출품된 달항아리는 자세히 보면 표면이 마냥 매끄럽지만은 않다. 오히려 다소 투박하고 거칠기도 하다. 비밀은 ‘유약 말림현상’에 있다. 도자기는 한번 만들면 모습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가마에서 갓 구워냈을 때부터 자연미를 간직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도예가 신한균 사기장은 “가마 속이 아무리 높은 온도라도 그 안에 미묘한 수분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말림이 발생한다”며 “정형화되고 딱 맞아떨어지는 것보다 정다운 미감을 주는 달항아리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호 명지대 명예교수도 “꾸밈없는 대로 푸르고 누르스름한 유색도 잡티가 섞인 대로 흘러내려서 좋다”며 “하늘이 내린 도공의 무심함과 손맛이 살아 숨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6회 동아옥션에 처음 선보이는 위당 정인보 선생이 쓴 친필 간찰. 동아옥션 제공
근대 국학연구의 태두였던 위당은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빼어난 글 솜씨를 자랑했다. 광복 이후 5대 국경일 중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노래를 직접 작사하기도 했다.
천경자 화백의 ‘기타 치는 사람’(1967년). 1960년대 비교적 안정된 삶을 누리던 천 화백의 모습을 반영하듯 환희에 대한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다. 동아옥션 제공
동아옥션은 출품작들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상설 전시를 한다. 경매에 나온 물품들은 5일부터 서울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