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새로 찾았지만 윤중천과 공범 입증엔 부족 “피해여성이 폭행·협박 金에 못 알렸다고 진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 News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억7000만원 상당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건설업자 윤중천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은 윤씨의 공범이라고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에서 제외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4일 윤씨를 피해여성 이모씨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강간등 치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수사단에 따르면 윤씨는 이씨를 심리적으로 억압해 2006년 겨울부터 2007년 11월까지 3회에 걸쳐 강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했다.
강간 행위 중 2007년 11월13일자 범행 자리엔 김 전 차관이 함께 있었다. 수사단은 이날 이뤄진 범행에 대해선 검·경의 1, 2차 수사 당시엔 찾지 못한 성관계 사진 4장을 새롭게 확보했다.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윤씨와 김 전 차관, 이씨가 함께 찍힌 것이다.
이 사진으로 과거 수사에서 논란이 있던 피해여성 진술의 신빙성이 확보됐다.
수사단 관계자는 “예전 (1, 2차 수사와) 달리 성폭행 피해를 인정하게 된 근거가 이 사진”이라며 “처음부터 해당여성은 사진이 촬영됐고 협박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 사진이 안 나와 예전 수사팀은 (진술을) 완전히 믿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이 사진과 관련한 범죄사실도 포함했던 만큼 김 전 차관에게도 강간치상 혐의가 적용될지 주목됐다.
강간죄는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피해자를 간음할 때 성립한다. 2인 이상이 합동해 강간하는 특수강간은 피해자를 직접 폭행·협박하거나 공범의 폭행·협박 사실을 알면서 이를 이용해 간음해야 성립한다.
수사단에 따르면 이씨는 “김 전 차관이 직접 폭행·협박한 사실은 없고, 윤씨가 평소 김 전 차관을 잘 모셔야 한다고 강요하며 말을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자신이 폭행·협박으로 성관계에 응해야 한다는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토대로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의 공범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김 전 차관에게 폭행·협박 사실을 알리지 않아 김 전 차관이 몰랐을 수 있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두 사람이 공범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씨의 진술만 의존한 채 김 전 차관에게 성범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황당한 결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여성 변호사는 “당시 여러 정황을 보면 김 전 차관이 폭행이나 협박 사실을 몰랐을리가 없는데, 이씨의 진술만으로 너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수사단은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남성은 김 전 차관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성관계가 있었다는 게 강간은 아니”라 성폭행 혐의 입증 증거가 되진 못했다.
수사단은 윤씨가 고위 공무원과 유명 병원 의사, 건설업체 대표, 호텔 대표, 사립대 강사 등 10여명에게 성접대나 향응을 제공한 사실도 관련자 등 진술을 통해 일부 확인했다.
그러나 성접대 등이 2006~2012년 1월에 이뤄져 관련 범죄 혐의의 공소시효가 모두 완성돼 추가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