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어제 만 18∼64세 중위소득 50%(4인가구 기준 월 소득 230만 원) 이하 구직자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간 구직수당을 주는 이른바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이르면 내년 7월부터 6개월 이상 2년 이내 취업한 경험이 있으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자영업자 등 35만 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지난해 실업자 10명 중 6명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는데 이런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에는 내년에만도 50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2022년 중위소득 60% 이하로 지급 대상을 확대하면 매년 1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미 정부의 고용복지 예산은 2017년 17조 원, 지난해 19조 원, 올해 23조 원을 넘었다. 당장 야당에선 “총선을 앞두고 ‘현금 살포’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업부조 시행에 앞서 반드시 기존 유사·중복 일자리사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 지출의 효율성부터 높여야 한다.
정부는 한국형 실업부조와 비슷한 취업 성공 패키지, 청년수당 등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직을 유도하는 대신 수당을 제공하는 제도는 각 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도 산재해 있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급여를 받지 않는 중위소득 50% 이하에게 자활사업에 참여하면 급여 및 자활성공수당을 지급한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청년수당을 주고 있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각종 수당을 반복해서 타려는 ‘현금수당 난민’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 보험료를 내고 실업급여를 받는 고용보험 가입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