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이 “약 끊어 위험” 실종 신고 고속道 IC서 방향돌려 달리다 충돌… 결혼 18일 앞둔 상대차 운전자 사망
4일 오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면에서 조현병을 앓는 40대 남성이 몰던 역주행 차량에 들이받힌 피해 차량의 앞부분이 처참하게 부서져 있다. 작은 사진 원 안은 사고 직전 역주행하는 가해 차량 모습. 공주소방서·독자 제공
정신질환을 앓는 40대 남성이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차량을 들이받아 자신과 세 살 된 아들, 그리고 결혼을 18일 앞둔 상대 차량 여성 운전자 등 3명이 숨졌다.
4일 오전 7시 34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면 65.5km 지점에서 역주행하던 소형 라보 화물차가 포르테 승용차를 정면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라보 운전자 박모 씨(40)와 그의 아들(3), 포르테 운전자 최모 씨(29·여)가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반경 아들을 라보에 태우고 경남 양산시 자신의 집을 나온 박 씨는 남양산 나들목을 통해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대전 부근에서 당진∼대전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당진 방향으로 달리던 라보는 오전 7시 15분경 충남 예산군 신양 나들목을 앞두고 갑자기 유턴해 대전 방향으로 역주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몇 년 전부터 조현병을 앓던 박 씨는 이날 오전 2시경까지 집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 양육과 조현병 치료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잠이 든 박 씨 아내는 오전 7시경 깨어나 남편과 아들, 차량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7시 26분 “조현병에 걸린 남편이 최근 약을 먹지 않아 위험할 수 있다”며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박 씨는 올 들어 증세가 호전되자 3월부터 복용하던 약을 끊었고 최근 증세가 다시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다음 달 10일 도로교통공단 부산북부운전면허시험장에서 열리는 운전적성판정위원회에 출석해 운전적합 여부를 판정받을 예정이었다. 조현병 등을 앓는 운전자는 보건소 등이 그 사실을 도로교통공단에 알리면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된다.
숨진 최 씨는 22일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예비 신부인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최 씨의 승용차에서는 청첩장이 많이 발견됐다. 충남 청양군의 한 회사 연구원으로 주소지가 부산인 최 씨는 전날 경남 밀양시에서 결혼할 사람과 만난 뒤 4일 오전 일찍 출근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지명훈 mhjee@donga.com / 양산=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