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트렌드 매니저 케빈 알로카가 보는 ‘大유튜브 시대’ 스마트폰 확산에 다양한 세대 유입… 중장년 콘텐츠 급속히 증가 박막례 할머니-중견 연예인 등 노년층, 콘텐츠 생산자로도 급부상 유명-무명 경계없는 브이로그… 꾸밈없는 일상 시청자 사로잡아
유튜브는 10대와 중장년층을 모두 아우를 정도로 확장되고 있다. 기존 플랫폼의 권위와 명성을 무력화할 정도로 파괴적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채널A와 손잡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국남자’, 70대에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유튜버가 된 박막례 할머니, 5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브이로거 ‘온도’. 방송화면 캡처 및 유튜브
유튜브는 콘텐츠 세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한국의 ‘대(大)유튜브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유튜브의 케빈 알로카 트렌드 매니저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트렌드 매니저란 세계에서 1분마다 500시간 분량으로 업로드되는 동영상 트렌드를 분석하고, 콘텐츠 변화와 동시대 문화 흐름을 읽어내는 일을 맡은 사람이다. 알로카는 2010년 유튜브에서 이 직함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업무를 담당해왔다.
○ 유튜브에 빠진 중장년층
알로카 매니저는 “초기 유튜브가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건 상대적으로 유튜브 같은 새로운 기술을 중장년층보다 익숙하고 손쉽게 다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이 일상화되며 다양한 세대의 유입을 이끌었고, 유튜브 세계에서 중장년층이 즐길 만한 건강 종교 재테크 정치 등의 콘텐츠들도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중장년층은 콘텐츠 생산자로서도 급부상했다. 구독자 87만 명을 거느리며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를 독대하기도 한 박막례 할머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우 이덕화나 가수 주현미, 개그맨 이홍렬 등 과거 TV를 통해 사랑받은 중견 방송인들도 속속 유튜브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튜브의 트렌드와 인기 콘텐츠를 분석해 문화를 읽어내는 유튜브 트렌드 매니저 케빈 알로카. 유튜브 제공
○ ‘유명과 무명’ 경계의 파괴
최근 유행하는 ‘브이로그’란 포맷은 유튜버들이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만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브이로그는 블로그에 일기를 쓰듯 일상생활을 촬영한 동영상을 일컫는다. 유명 브이로거 ‘온도’는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평범한 여성인데도 일상을 공유하며 구독자 약 57만 명을 보유했다. 이는 배우 신세경(67만 명), 방송인 김나영(20만 명) 등 기존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채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알로카 매니저는 이런 역학관계의 변화를 유튜브 시청자들이 ‘사람들’ 자체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미디언, 교육자, 아티스트, 그리고 아티스트의 팬들까지 브이로그를 제작하는데 모두 꾸밈없이 카메라에 바로 담아낸 듯한 형태다. 이런 진정성이 요즘 시청자가 원하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 “무성영화-어벤저스만큼 달라질 유튜브 미래”
알로카 매니저가 처음 트렌드를 분석하기 시작한 2010년만 해도, 유튜브 동영상은 일회성에 그치는 화제 영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 콘텐츠의 양적 질적 변화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어릴 때부터 유튜브에 자연스럽게 접근해온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는 시대에 유튜브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나갈까.
그는 “현재의 유튜브와 미래의 유튜브는 최초의 무성영화와 어벤저스 시리즈만큼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를 연결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기본적인 기능은 대중문화의 본질로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