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로 평양 공동선언이 발표되었습니다. 동시에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군사분야 합의서가 이루어졌는데요.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과 이행 현황이 궁금합니다.
이상규 한동대 4학년(아산서원 14기)
A. 국방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하게도 평화와 안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번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으며 인류는 무작정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평화와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소중한 지혜를 얻게 됩니다. 스스로의 안전을 위한 군비증강이 상대를 자극하여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그 결과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모두가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역설을 일컫는 ‘안보 딜레마’라는 개념은 이러한 고민을 잘 보여줍니다.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자 1960년대부터 발전되기 시작한 개념이 ‘군비통제’입니다. 군비통제 전략의 핵심은 군비경쟁과 안보 딜레마의 악순환을 극복하고 저비용의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남북 9.19 군사합의에 따라 철거된 북측 감시초소(GP)를 남측이 검증하는 장면. 국방부 제공. 동아일보 DB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을 약속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9.19 군사분야 합의서”(이하 9.19 군사합의)는 남북 간의 평화구축을 위해 군비통제 개념이 적용된 결과입니다. 수많은 국경들 중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무기가 배치된 휴전선을 허리로 품고 있는 한반도는 전 세계에서 군사적인 긴장이 제일 높은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1970년대 데탕트의 바람 속에 진행된 유럽에서의 군비통제과정에 동참함으로써 화해와 통일을 위한 값진 발걸음을 내딛었던 독일의 경험은 한반도에서의 군비통제가 갖는 의의를 잘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9.19 군사합의는 어떠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까요? 군비통제는 크게 세 가지 단계 혹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신뢰구축’입니다. 이는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고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개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높이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군사력의 운용과 배치를 통제하는 ‘군비제한’입니다. 병력을 후방으로 배치한다거나, 대규모 군사훈련이나 기동을 금지시키는 등의 조치가 이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군비감축’입니다. 군비감축이란 말 그대로 장비와 인력을 포함한 군사력의 규모와 구조를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상호 연관 속에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 실천의 용이성으로 인해 신뢰구축 → 군비제한 → 군비감축의 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원형을 보존키로 한 강원도 고성군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강원도 고성=사진공동취재단. 동아일보 DB
물론 최근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교착되며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이 미루어지는 등 합의의 전면적인 실행이 늦어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러나 군비통제는 남북 간의 화해 협력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가장 핵심적인 단계 중 하나로 긴 안목과 인내심을 가지고 강력히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수많은 군사적 충돌을 지속했던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미래의 주역으로서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라 하겠습니다.
안경모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북한문제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