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은 특권층의 아이콘에서 20세기 들어 여성 구두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바라보는 여성의 관점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당당한 자신감을 상징하는 구두로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편은 남성의 시선에 집착하는 구두라고 비판한다.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시티’에서 길에서 강도를 만난 여주인공이 ‘제발 하이힐만은…’이라고 읍소하는 장면과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하이힐 착용’ 드레스 코드에 반발해 맨발로 입장한 장면. 둘을 비교하면 취향과 강제의 차이가 드러난다.
▷지금 일본에서 직장 내 하이힐 착용을 강요하지 말라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구투(#KuToo) 캠페인, 일본어로 각각 구두와 고통을 뜻하는 ‘구쓰(靴)’ ‘구쓰(苦痛)’의 첫 글자와 ‘미투’를 결합한 말이다. 배우 겸 작가 이시카와 유미 씨가 연초 트위터에 글을 올린 데 이어 3일 후생노동성에 2만 명 가까운 서명을 받아 제출한 온라인 청원에서 본격화됐다. 기업이 불편한 하이힐의 착용을 여성에게 압박하는 것은 젠더 차별에 해당하므로 금지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 예전에 자신이 겪은 고통과 고충을 떠올리며 시작한 운동이다. 하이힐 탓에 생긴 물집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등 여성들 반응이 뜨겁다. 3년 전 영국에서도 ‘하이힐 착용’ 규정을 어겨 쫓겨난 여성이 비슷한 청원을 냈다. 당시 의회는 이를 차별로 규정했으나 정부는 법 개정 요구를 거부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