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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낙동강 하굿둑 개방… 농민들 “농사 망친다”

입력 | 2019-06-06 03:00:00

32년만에 수문 처음 열어
생태계 복원 위한 실증실험
밀물때 40분간 바닷물 유입시켜 3km內 40개 지점서 염분 조사
농민들 “염분 침투” 반대집회 열기로



낙동강 하굿둑. 부산시 제공


바닷물 유입을 막고 있던 낙동강 하굿둑이 생태계 복원을 위한 실증 실험을 위해 건설된 지 32년 만에 처음으로 수문을 개방한다. 그러나 낙동강 물로 농사를 짓는 인근 농민들은 바닷물이 주변 토양에 유입돼 농사를 망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한국수자원공사는 6일 밀물 시간대인 오후 10시 40분경 하굿둑의 수문 10기 중 1기를 열어 바닷물을 유입시키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낙동강 하굿둑 운영 개선과 생태 복원 방안 연구’의 하나다. 수문은 약 40분간 개방하며, 바닷물 50t 정도가 들어와 하굿둑 3km 이내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닷물이 모두 유입되고 약 1시간 뒤인 7일 오전 1시부터는 1600만 t의 물을 바다로 방류할 방침이다.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 사이에 건설됐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염분의 침습을 막으면서 강물 수위를 높여 농사 부지를 확보하고,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건설 이후에는 상류의 수위 조절을 위해 강물을 바다 쪽으로 흘려보내는 목적으로만 수문을 열었다.

환경단체들은 6일 하굿둑 인근에서 하굿둑 개방을 염원하는 시민선언 행사를 열 예정이다. 환경단체들은 그동안 하굿둑이 바닷물의 유입을 막아 재첩과 철새 개체 수가 급감하는 등 기존 생태계가 교란됐고, 물의 흐름이 약해져 녹조 발생이 늘었다며 지속적으로 둑 개방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인근 농민들은 수문을 개방할 경우 농경지에 염분이 침투해 농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집회를 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민들은 바닷물의 염분이 토양과 지하수에 스며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굿둑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은 1만8000여 명에 이른다.

하굿둑의 본격적인 수문 개방 논의는 부산시가 2015년부터 시민단체와 학계, 농어민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꾸린 뒤 시작됐다. 이후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발전 공약으로 채택되며 가시화됐다.

정부는 이번 실증 실험으로 인한 염분 피해는 일단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닷물의 유입 시간이 짧고, 농업용수로 활용하는 물은 하굿둑 상류 15km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개방 후 하굿둑 인근 40여 개 지점에서 염분 농도를 측정해 토양과 지하수, 인근 하천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한다. 올가을과 내년 상반기에 두 차례 더 수문을 개방해 해양환경 변화와 하굿둑 수문 안전성 등을 검토하고 내년 말 수문 개방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