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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투약 부작용도 코오롱측서 조사

입력 | 2019-06-06 03:00:00

식약처 첫 사과 불구 부실대책 논란




정부가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15년간 종양 발생 등 부작용 여부를 추적 조사하기로 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5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보사와 관련해 허가 및 사후 관리에 철저를 기하지 못해 국민들에게 혼란과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식약처가 인보사 사태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처장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투약 환자들에 대해 장기 추적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골관절염 치료를 위한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2017년 7월 허가를 받았지만 올해 3월 말 주성분 중 하나가 종양 유발 우려가 있는 신장(콩팥)세포였다는 점이 확인돼 품목 허가가 취소됐다. 임상시험을 포함해 총 3000여 명의 환자에게 3957건의 투약이 이뤄졌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의 명단을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등록하고 △6개월 내에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무릎 엑스레이와 콩팥세포 생존 여부 등을 검사한 뒤 △향후 15년간 매년 방문 검사를 실시해 인보사로 인한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감시하기로 했다. 이 처장은 “15년이라는 기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이드라인 중 가장 엄격한 기준을 준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장기 추적 조사를 진행할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코오롱생명과학이 직접 선정한다는 점이다. CRO가 검사 결과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제출하면 식약처 산하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이를 토대로 이상 반응 여부를 가려낼 계획이다. 결국 인보사 사태에 책임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가 각각 용역업체와 산하기관을 통해 인보사 투약 환자의 부작용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추적 조사를 식약처나 코오롱생명과학이 아닌 국립중앙의료원이나 보건소 등 별도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최소한 CRO를 선정하는 과정에라도 인보사 투약 환자나 객관적인 전문가가 참여해야 최종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조사비용을 부담하는 코오롱생명과학에 CRO 선정 권한이 있는 데다 CRO 선정에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며 “추적 조사를 맡을 CRO는 코오롱과 별개의 독립 업체이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현재 국내에서 의약품 부작용에 관한 최고의 전문성과 정보를 갖춘 기관”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최악의 경우 폐업으로 인해 추적 조사 비용을 부담할 수 없게 되면 누가 이를 떠안을지도 논란거리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자체적으로 계산해 밝힌 추적 조사 비용은 15년간 800억 원가량이다.

일부 병의원이 인보사 투약 환자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식약처가 인보사를 납품받은 병의원 438곳에 투약 환자의 정보를 요청했지만 4일까지 병의원 297곳(환자 1303명)만 요청에 응했다. 나머지 141곳은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환자 명단 제출을 거부하고 있거나 이미 폐업해 투약 환자 명단을 구할 길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의원이 정보 제공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일부 환자는 자기가 인보사를 투약했는지도 모른 채 장기추적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