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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몸살 날라”…잘나가는 반도체 곳곳에서 ‘특허 소송’

입력 | 2019-06-06 08:15:00

美 특허관리업체 2곳, 텍사스 서부지법에 지난달 소송
지난해 ‘최대실적’ 반도체 곳간 노렸나…“로열티 목적”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뉴스1 © News1


삼성전자가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반도체 ‘특허 소송’에 몸살을 앓고 있다. 수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모리 시장의 경기 둔화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악재가 겹친 셈이다.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10년 뒤에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특허관리 전문업체 ‘롱혼IP(Longhorn IP)’는 지난달 31일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patent infringement) 혐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수원 소재의 삼성전자 한국 본사뿐 아니라 미국 법인인 삼성전자아메리카, 삼성반도체, 삼성오스틴반도체 등 3곳도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장을 확인했으며 내부 논의를 거쳐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제기를 한 롱혼IP는 전세계 주요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를 매입한 뒤 이를 토대로 다른 업체들에게 소송을 제기해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이른바 ‘특허 괴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반도체 장치 공정 및 디자인 관련 특허 2건도 롱혼IP의 자회사인 ‘칸타나 실리콘 테크놀로지(KST)’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 담당 사업부인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설계하고, 이를 토대로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특허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갤럭시S6 시리즈부터 갤럭시S9, 갤럭시노트5부터 갤럭시노트9까지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탑재된 반도체에 해당 기술이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전자 관계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최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삼성전자 블라인드 앱) 2019.6.2/뉴스1


롱혼IP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앞서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 분쟁을 일으켜 승기를 잡은 사례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에는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문제가 된 특허 2건과 관련해 롱혼IP 측과 정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괴물 기업들은 수많은 문제제기 과정에서 라이선스 계약이나 소송 승소 등의 사례를 모아 더 큰 업체들에게 특허 침해 의혹을 제기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8일에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 STC가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 본사와 미국법인 등 4곳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TC는 미국 뉴멕시코대 산하의 출연연구기관이다. 이들은 반도체 핵심공정 중 하나인 ‘식각’ 공정 중에서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KAIST의 지식재산권 관리 자회사인 KIP가 ‘핀펫(FinFET) 특허 침해 혐의로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 삼성전자와 퀄컴을 제소한 바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메모리 반도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각종 기술과 제품 부문에서 소송에 얽혀 있다.

업계에선 최근 수년간 메모리 초호황으로 삼성전자가 막대한 이익을 낸 것을 지켜본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 전문기업(NPE)들의 소송 제기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으로만 약 45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삼성전자의 화성캠퍼스 EUV(극자외선) 라인 전경(삼성전자 제공) © 뉴스1


특허관리업체 입장에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으로 최소 수백억원에서 최대 수천억원까지 막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괴물 업체들 입장에선 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슈가 되는 것만으로도 업계의 주목을 받는 데다가 내친김에 소송에서 승리하면 로열티까지 받게 되니 법적다툼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 세계 1위 업체인데다가 내친 김에 팹리스(Fabless)와 파운드리(Foundry)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공개한 상태라 특허관리업체들의 주요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안팎에서 제기되는 각종 소송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법적 다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적·물적 자원의 불필요한 소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수요 둔화로 인해 반도체 부문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가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지난 3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투자자들에게 “2019년 1분기 실적이 메모리·디스플레이 사업환경 약세로 시장 기대수준을 하회할 것”이라며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15% 감소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4조12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1조5500억원)보다 60% 이상 줄어든 게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이유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