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을 이틀 앞둔 4일 청와대는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240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했다. 그런데 이날 행사로 위로받았어야 마땅한 6·25 전사자와 천안함 폭침, 제2연평해전 희생자 유족들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싶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오찬 테이블에 메뉴판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등장하는 홍보물이 버젓이 제공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과 9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거나 함께 손을 흔드는 모습이었다. 청와대의 무신경과 사려 없음에 어이가 없다.
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산화한 고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훈행사에서 남편을 죽인 사람의 사진을 봤다. 유족의 마음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희생된 고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성우 씨는 “도무지 (홍보물을 비치한) 의도를 알 수 없다. 그 사진을 보고는 바로 덮어버렸다”고 했다. 유족들은 제대로 식사를 넘기지 못한 채 행사가 종료되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이런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으니 정부가 ‘행사용’으로만 유족들을 찾는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천안함 생존 장병 전준영 씨는 “유족들은 위로가 아니라 칼 맞은 심정일 것”이라며 “정부 행사에 가면 이용만 당하는 것 같아 이제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보상과 예우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품위를 높이고, 국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라고 했으나 정작 이번 오찬은 서러운 예우가 됐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의 가족들이다. 이들의 슬픔을 헤아리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덧나게 했다. 진심 어린 감사와 배려가 담기지 않은 형식적인 예우로 다시는 유족들을 울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