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청년들의 ‘국내 지향’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해외 유학생 수는 2004년 8만3000여 명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15년 5만5000여 명으로 떨어졌다. 직장에서는 해외 지사에 발령만 내면 그만둬 버린다. 어딜 가나 일손이 부족하니 아등바등 자리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고도성장기인 1960, 70년대 남극이건 열대정글이건, 세계 그 어떤 오지에 가도 일본 ‘상사맨’들과 마주친다던 시절의 헝그리정신은 모두 옛 얘기가 된 듯하다.
▷이들은 흔히 ‘사토리(달관) 세대’라 불리는 세대적 특성이 있다. 1990년대 초반 버블붕괴기에 태어나 성장기간 내내 ‘잃어버린 20년’을 목격하면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버렸다. 집이나 차에 욕심이 없고 연애나 결혼도 멀리한 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한다. 국내에 있는 게 편하고 안전하다는 인식, 해외 학위를 그리 높이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다. 고도성장과 대량소비 사회에 대한 반동도 작용한 듯싶다.
▷일본 청년들을 해외로 보내기 위해 관민 합동 대책회의까지 꾸린 일본 정부가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일일 터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추고도 실업대란을 겪는 한국 청년들의 해외 지향에는 ‘헬조선’이란 표현에서 보듯 더 나은 세계로의 탈출 욕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운 해외 대신 따뜻한 온천에 머물 수 있는 일본 청년들이 부러운 마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