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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귀 기울여야 할 강사법[현장에서/최예나]

입력 | 2019-06-07 03:00:00


부산의 한 대학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하는 시간강사들. 동아일보DB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교육부가 최근 집계한 내부 자료에서 60세 이상 교수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기회가 있었다. ‘국공립대 및 사립대 전임교수 연령대별 현황’ 자료인데, 올해 60세 이상 교수가 1만8361명이었다. 국공립대 4753명, 사립대 1만3608명이었다. 보통 교수 정년이 65세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전임교수(8만4957명)의 21.6%가 앞으로 5년 안에 대학을 떠나게 되는 셈이다. 베이비붐 세대 교수들의 ‘은퇴 러시’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이 통계를 8월 시행을 앞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연착륙을 위한 희망적인 데이터로 보는 것 같다. 전임교수 수가 줄어들면 대학들이 강사의 고용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강사와 정교수 간 임금 격차는 국립대는 5배, 사립대는 10배 정도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기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대학에 직접 의견을 물어봤다. 하지만 단 한 곳도 “그렇다”고 답하는 곳이 없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등록금 동결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마당에 전임교수 줄어든다고 고용을 늘릴 대학은 없습니다.”(A대 관계자)

“대학마다 강사 0명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줬더니 임금, 수당, 연차 똑같이 처우해 달라는 거 지금 눈으로 보고 있잖아요. 단순히 강사 임용을 3년 유지하고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주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대학은 잘 압니다. 그런데 전임교수 줄어든다고 강사 채용이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고요? 이런 게 탁상공론이죠.”(B대 관계자)

강사법은 대학 강사에게 1년 이상 임용과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 강사의 신분 보장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담고 있다.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지급, 4대 보험 적용을 통해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다르게 반응했다. 11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대학들은 법 시행에 따른 각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 1학기에만 6655개 강의를 선제적으로 줄였다. 개정안의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대학가에선 강사법을 ‘대학판 최저임금제’로 부른다.

교육부는 최근 보완 대책을 발표하면서 강사 고용 현황을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처방”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8월 강사법 시행까지 두 달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 강사들이 해고로 내몰리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가 대학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기를 바란다.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