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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푸틴 “비핵화-北체제보장 맞교환”… 美의 先비핵화 제동

입력 | 2019-06-07 03:00:00

[美에 맞서 밀착하는 중-러]정상회담 공동성명 ‘북핵 공조’ 강화
“안보리가 역할 할수 있도록 할것”… 대북제재 완화 공동대응 예고
北 손들어줘… 북미협상 더 꼬일듯, 北의 탄도미사일 발사엔 침묵




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왼쪽)과 알렉세이 코르냐 러시아 MTS통신사 최고경영자(CEO)가 5세대(5G) 기술개발·시범사업 운영 협약을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뒤에서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와 북한의 안전보장 및 경제발전을 맞교환해야 한다”며 미국의 ‘선(先)비핵화 후(後)대북제재 완화’ 입장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중-러 정상은 5일(현지 시간) 공동성명이라는 공식 문서로 중-러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작 북한의 지난달 두 차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북핵 해법에서 한국과 미국이 엇박자를 내는 상황에서 북한과 가까운 중-러도 미국의 북핵 해법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북핵 협상은 더욱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중-러 신(新)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비핵화와 안보 및 발전을 교환하는 목표를 견지해야 하고 종합적, 균형적으로 각 측의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수립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중-러는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해야 할 긍정적인 역할을 발휘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북한 체제보장 조치와 대북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미국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방침과 배치된다.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북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종전선언 등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함께 안보리의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통해 북한 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가 풀려야 북-중, 북-러 무역도 재개될 수 있다는 셈법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올해 12월까지 자국 내 북한 근로자들을 모두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근로자 송환이 실제 시행되면 중국 및 러시아와 북한 관계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양국의 공동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중-러 정상이 공식화한 북핵 공동전선은 2017년 7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던 시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내놓은 북핵 해법 로드맵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중-러는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한미가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게 하려는 비핵화·평화체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는 중-러 로드맵의 첫 번째 단계가 실현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달 두 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로드맵을 제시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에 자제를 요구해야 했지만 미국의 비핵화 해법에 반대하면서도 북한의 부정적인 행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 체계 복원을 제기했지만 그와 관련된 사항은 이번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과거 실패한 6자회담보다는 북-미 직접 담판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중-러 공동성명에선 시리아 내전, 이란 핵협상 위기, 베네수엘라 사태 등 지역 안보 문제가 거론됐는데 모두 미국에 반대하는 목소리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