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대북 해상감시 소극적인 정부… 美-日 잇따라 ‘공개적 불만 표시’

입력 | 2019-06-07 03:00:00

한국, 동중국해 불법환적 단속 불참




“한국은 (대북 해상 감시를 위한 다국적 단속 활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감시 활동을 위해 항공기나 함선을 파견한 기록이 없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5일(현지 시간) 일본 외무성의 공식 답변이라며 이같이 보도하자 국방부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군은 불법 환적 단속을 위해 한반도 전체 해역에서 국제 공조를 하며 정상적인 작전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이 ‘한국 불참 지역’으로 동중국해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에 대해선 국방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단속 작전 구역은 보안상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복수의 군 관계자에 따르면 동중국해는 현재 해군의 원거리 작전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 답변대로 한국 해군은 동중국해에서의 감시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 그 대신 해군은 한반도 근해에 한해 불법 환적 단속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국방부가 대외적으로 동중국해 작전 여부를 함구하는 데는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동중국해는 중국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있는 곳. 이곳에 함정을 보내는 건 자칫 중국에 “한국이 일본이나 일본과 뜻을 함께하는 미국 편에 섰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고, 가뜩이나 미국이 한국 정부에 ‘반(反)화웨이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 보복 등 한중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유하는 일본, 호주 등과 함께 불법 환적 단속에 나서는 것이 중국 입장에선 자신을 향한 다국적 군사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북한의 불법 환적의 상당수는 해역이 넓어 감시 사각지대가 많은 동중국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소식통은 “대북제재를 당장 해제할 수는 없으니 불법 환적 단속 활동의 범위를 확대하지 않는 식으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화 재개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한국이 동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불법 단속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일본 외무성을 통해 알려진 배경을 놓고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전 외교통상부 2차관)은 “한국과 관계가 나쁜 일본이 앞장서 한국이 단속 활동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하며 감시 활동 범위를 대폭 넓히라고 압박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동중국해 작전에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건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지만 그간 미국, 호주, 일본 등 어떤 국가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이 이를 공개한 건은 한국의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불만이 그만큼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일본의 이 같은 입장에 미국의 의중도 반영돼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미국이 미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인 버톨프함을 서해에 투입해 불법 환적 단속을 벌이고, 이를 공개한 것도 한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드러낸 것이란 말도 나왔다.

한편 북한 석탄 2만6500t을 싣고 공해상에서 54일간 표류하던 동탄호가 베트남에 하역할 예정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5일 보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