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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파괴를 노래하는 ‘가장 위험한 밴드’ 덴마크 그룹 아이스에이지

입력 | 2019-06-07 03:00:00

9일 ‘DMZ 피스 뮤직페스티벌’ 무대 서는 덴마크 그룹 아이스에이지
취한듯 비틀대는 보컬 뢰넨펠트 “삶의 극단성에서 큰 영감 얻어”




덴마크 록 밴드 ‘아이스에이지’. 보컬 엘리아스 뢰넨펠트(오른쪽)는 “다른 음악가의 발자국을 쫓느니 우리만의 발자국을 찍겠다”고 했다. 지난해 앨범 ‘Beyondless’(작은 사진)로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강앤뮤직 제공

자기파괴를 노래한 끔찍하게 아름다운 청년들이 있다. 짐 모리슨(1943∼1971), 커트 코베인(1967∼1994), 빌리 아일리시(18)….

덴마크 코펜하겐의 4인조 밴드 ‘아이스에이지(Iceage)’도 그러하다. 충격적 음악으로 세계 평단을 매혹했다. 미국의 전설적 펑크 록 가수인 이기 팝(72)은 “최근 유일하게 정말로 위험한 소리를 내는 밴드”로 지목했고, 리처드 헬(70)은 이들의 음악을 보들레르의 시에 비견했다.

태국 방콕에 머무는 리더 엘리아스 뢰넨펠트(27·보컬)와 4일 전화로 대화했다. 그는 냉소적 펑크 록 가수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운하의 보트 위에서 하려던 공연이 엔진 고장으로 무산돼 작은 바에서 연주했는데 역대 가장 소란스럽고 땀투성이의 콘서트가 돼버렸어요. 관객 중엔 거리의 개도 몇 마리 있었죠.”

지글대는 기타 사운드, 나사못처럼 조여 오는 리듬, 절망적 외침…. 음악과 어울리는 지난해 앨범 제목 ‘Beyondless’에 대해 그는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소설 ‘최악을 향하여’에서 따왔다. 사전에도 없어 다양하게 해석될 단어라 더 맘에 들었다”고 했다.

‘아트 펑크(art punk)’란 이율배반적 장르명이 이들의 음악을 잘 설명한다. 충동성과 저돌성을 예술적 정교함과 뒤섞는 게 장기. 뢰넨펠트는 “계산 없이 우리 자신을 표현하려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삶의 미묘함보다는 극단성이 노래를 만드는 데 더 영감을 줍니다. 슬픔과 절망도 넓은 팔레트의 일부죠.”

취한 듯 비틀대는 뢰넨펠트의 보컬은 가히 주술적. 무대에 쓰러져 누워 노래하기 일쑤다. 밴드 ‘조이 디비전’의 이언 커티스나 ‘도어스’의 모리슨을 연상시키는 이유다.

펑크 록에 관현악을 섞는 아이스에이지의 독특한 작법은 B급 공포영화로 예술을 실험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같다. 예술극장 무대 위 자살을 그린 ‘Showtime’은 특히 충격적. 뢰넨펠트는 “‘공연 시작 시간’이라는 제목만 놓고 한달음에 가사를 써내려갔다. 결말을 적고 스스로도 소스라쳤다”고 했다.

아이스에이지는 9일 저녁 강원 철원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처음 한국 관객 앞에 선다. 뢰넨펠트는 “같은 날 무대에 서는 거장 존 케일의 공연을 볼 생각만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했다.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하고 한국 영화도 봤기에 (한국이) 정말 궁금해요. 무엇보다 숭고한 의미(평화)의 공연이어서 더욱 고대하고 있습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