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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전자파가 뇌종양 - 불임 유발, 잘때라도 스마트폰 멀리둬야”

입력 | 2019-06-08 03:00:00

◇전자파 환경성 질환과 예방법/니콜라스 피놀트 지음·박석순 옮김/348쪽·1만8000원·어문학사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네덜란드에서는 전자파를 적게 발생시키는 ‘에코 와이파이 중계기’가 개발됐다”며 “기술만이 아니라 건강, 환경 측면에서 전자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가습기 살균제와 라돈 침대, 프레온 가스 등 인간은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후에야 대책 마련에 나섭니다. 전자파도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62)는 뇌종양, 암, 자폐, 불임 등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가 전자파라고 했다. 전자파의 유해성과 전자파로부터 안전하게 지내는 방법을 담은 ‘전자파 환경성 질환과 예방법’을 번역한 박 교수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4일 만났다. 캐나다 출신 건강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인 니콜라스 피놀트가 각종 논문과 연구 결과를 망라해 쓴 이 책(원제 ‘The Non-Tinfoil Guide to EMFs’)은 아마존닷컴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낸 박 교수는 살충제 남용의 위험을 알린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을 다시 살피며 자료를 찾던 중 전자파의 유해성을 경고한 책을 발견했다. 지난해 번역 출간한 ‘전자파 침묵의 봄’(케이티 싱어 지음·어문학사·1만6000원)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와이파이 중계기, 변압기, 고압선은 강도가 각각 다른 전자파를 내보냅니다. 인간 혈관에는 유해한 물질이 뇌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이 있는데 전자파는 이를 약화시켜요. 뇌종양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거죠.”

미국, 유럽에서는 전자파의 유해성을 연구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이야기다. 그는 잠잘 때 스마트폰을 최대한 멀리 두거나 비행 모드로 바꾸고, 침실에 와이파이 중계기를 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기와 거리가 멀고 사용 시간이 짧을수록 전자파에 적게 노출됩니다. 차폐막을 설치하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수분에 잘 흡수되는 전자파의 특성상 인체 수분 비율이 높은 어린이는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산부는 컴퓨터를 쓸 때 앞치마처럼 생긴 차폐복을 입는 게 좋다.

“전자파는 정자의 활동을 둔화시키기 때문에 남성은 바지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어서는 안 됩니다. 여성은 상체 가까이 스마트폰을 두지 않는 게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되고요.”

첨단 기술을 거부하라는 건 아니다.

“포브스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화웨이, 애플에 비해 전자파 방출량이 적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기업은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정부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요. 이를 위해 전자파를 연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이 학자로서 제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