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여행/말린 쉬위 지음·김창호 옮김/500쪽·2만 원·산지니
저자는 수년 동안 ‘여성 일기 연구회’를 운영하며 다양한 일기를 읽었다. 일기에 적힌 건 아주 사적인 이야기지만, 그 안에 사회의 억압과 제약, 결혼과 양육, 삶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 등 여러 중요한 문제가 담겨 있었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68혁명의 문구처럼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은 일기를 통해 여성의 글을 해석하고 비평하며 여성의 관점에서 사회를 다시 돌아봤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감옥 생활 중 쓴 일기를 그대로 출판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등 다양한 여성 작가의 일기에서 발췌한 내용을 읽어볼 수 있다. 고독과 가난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그가 죽은 후 남편에 의해 불리한 내용은 편집된 채 발간되기도 했다.
스스로도 오랜 시간 동안 일기를 써 온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독자에게도 일기 쓰기를 제안한다. 변하지 않고 늘 내 곁에 있는 친구와도 같은 일기장을 통해 솔직한 나만의 목소리를 찾고, 억압받은 감정을 치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