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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불평등 심화시키는 신흥 권력 엘리트집단

입력 | 2019-06-08 03:00:00

◇엘리트 독식 사회/아난드 기리다라다스 지음·정인경 옮김/424쪽·1만8000원·생각의힘




오늘날 미국 사회의 엘리트들은 자선과 기부로 거액을 내놓으며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자한 부자와 권력자들이 많아지고 있음에도 정작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단적으로 단 8명의 부호가 전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례없는 역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 잡지 ‘타임’의 논설주간인 저자는 바로 이 엘리트의 견고한 기득권 유지 방식을 파헤친다. 이를 위해 ‘마켓 월드’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마켓 월드는 현재의 사회체제로 이익을 얻으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일도 해내는 신흥 권력 엘리트 세계를 지칭한다. 계몽된 사업가, 자선단체, 학계, 언론, 정부, 싱크탱크의 연구원들이 주요 구성원이다. 이들의 특징은 ‘평등’과 ‘정의’ 같은 고결한 메시지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부의 집중, 승자 독식이라는 근본적인 사회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마켓 월드라 불리는 신흥 권력 엘리트뿐 아니라 ‘지식 소매상’이라 불리는 최근 일부 지식인들에 대한 매서운 비판도 함께 한다. 과거 권력을 매섭게 비판했던 공공지식인 대신 지식 생산에 많은 후원을 하는 대부호들과 어울리는 신흥 지식인을 뜻한다.

책의 배경은 주로 미국 등 서구 사회지만 부와 권력, 지식과 정보의 독점 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해낸 통찰은 한국 사회에 더 필요해 보인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