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G20회의서 북핵은 뒷전?
文대통령 “모두에게 다 좋은 정책은 존재 안해”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민께 힘이 되는 일 잘하는 공무원’ 초청 오찬 간담회에 김수현 정책실장(왼쪽), 노영민 비서실장(왼쪽에서 두 번째), 김봉준 인사비서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에게 다 좋은 정책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며 “저항은 저항대로 치유하면서 정책은 정책대로 추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추후 한국을 방문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별도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 같으면 비핵화 이슈의 두 축인 미중 정상과의 연속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모멘텀을 띄울 것으로 예상됐겠지만, 지금은 정상과 만나더라도 화웨이 등 주로 무역분쟁 이슈가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급기야 청와대도 7일 “트럼프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에 상당히 여유가 있는 것 같다”며 올해 내로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가 나올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무역갈등 문제를 더 거론할 것”이라며 “북핵과 관련해서는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비핵화 이슈에 깊게 관여하면 오히려 백악관을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 주석이 올해 예상됐던 방북은 물론 이달 중 방한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 기간 전후 방한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외교 당국은 시 주석이 미국을 의식해 한반도를 아예 찾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중 정상회담은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 계기로 여는 것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유럽 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북유럽 순방에서도 대북제재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속전속결’ 방식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7일 공개석상에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도 “여전히 힘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등 남북 접촉은 추진하고 있지만 별다른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가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접촉은 계속 시도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만나기 힘들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피력하면서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가 스스로 해명하고 나서기도 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6월 남북 정상회담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한국이 지속적으로 ‘촉진자’를 자처하며 북한에 손을 흔들고 있지만 북한은 혈맹인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모습을 강조하며 오히려 한국을 외면하는 모양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북극개발부 장관이 ‘러시아-북한 무역 경제 과학 기술 협력 정부 간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전날 평양에 도착해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과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코즐로프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말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을 때 직접 영접을 나가기도 했던 인사로 북-러 국경을 이루는 두만강에 교량을 건설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기재 record@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