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호텔수영장 사고후 혼수상태… 간-신장 등 장기 기증하고 눈 감아 부모 “하늘나라에서 행복해” 오열 경찰, 호텔 5명 기소의견 송치 방침
부산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100일 넘게 의식을 되찾지 못하던 초등학생이 또래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
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모 군(12)의 부모는 최근 병원 측으로부터 아들이 의식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 군의 부모는 고심 끝에 아들의 좌우 신장과 간을 아들 또래 3명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했고 5일 수술이 진행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이 군 부모는 상태가 점점 악화돼 가는 아들을 보고 이대로 떠나보내는 것보다는 아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게 맞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숨진 이 군은 올해 2월 17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실내수영장에서 물속 사다리 계단과 벽 사이에 팔이 끼는 사고를 당해 약 12분간 물속에 잠겨 있었다. 당시 수영장에 있던 한 미국인이 물속에 잠긴 이 군을 보고 급히 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 군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 군의 사고를 수사해 온 해운대경찰서는 호텔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사고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총지배인 등 호텔 관계자 5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이 군이 사고를 당한 호텔 수영장에는 2명의 전담 안전요원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호텔은 전담 안전 직원을 1명만 두고 나머지 1명은 수영강사가 겸임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