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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이야기]숲이 가른 두 나라의 운명

입력 | 2019-06-08 03:00:00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숲과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유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필자가 자연재난 강의를 할 때마다 하는 말이다. 최근 한 TV프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불치 선고를 받고 산으로 들어가 치유됐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러다 보니 암과 아토피 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치유의 숲’을 찾는 이들이 많다. 숲에서 만나는 피톤치드, 음이온, 토양, 온습도 등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질환을 치유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숲의 치료적 활용’을 처음으로 인정한 나라는 독일이다. 숲 치료에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나라이기도 하다.

숲과 나무는 건강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도 줄인다. 지난해 국립산림과학원이 숲의 효과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ha의 도시 숲이 연간 168kg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한다.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해 봄에 도시 숲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일반 도심보다 무려 40.9% 낮았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 분양되는 아파트의 경우 숲을 끼고 있는 ‘숲세권 아파트’가 뜬다. 미세먼지만 줄이는 것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저지에도 큰일을 한다. 특히 폭염, 홍수, 태풍, 가뭄 등의 피해를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줄여준다.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귀중한 숲과 나무를 없애 피해를 본 나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1958년 대약진운동을 벌인다. “철강대국을 만들라”는 그의 지시에 중국 전역에 수천 개의 소형 용광로가 만들어졌다. 5개월 만에 철강노동자가 몇십만 명에서 9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대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용광로를 달굴 연료가 없었다는 거다. 그러자 중국공산당은 수천만 ha의 숲을 없애 연료로 사용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철강은 불량률이 25% 이상 되는 실패였고 숲만 사라져 버렸다. 이어 1964년에 핵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공업시설을 산속으로 옮기게 했다. 이 정책으로도 중국의 숲은 또다시 엄청나게 사라졌다.

히스파니올라라는 섬에는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 두 나라가 있다. 아이티는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숲을 무분별하게 없앴다. 반면 도미니카공화국은 계속 식목을 해 와 숲이 울창하다. 이 차이는 무엇을 가져왔을까. 숲이 사라지면 토양 침식이 생기면서 태풍이나 홍수의 피해를 줄여줄 완충지가 사라진다. 2016년 10월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가 히스파니올라섬을 강타했다. 아이티는 사망자가 1000명을 넘었는데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겨우 4명이 숨졌다. 2011년 규모 7의 강진이 히스파니올라섬을 강타했다. 이때도 아이티에서는 약 30만 명이 사망했으나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숲을 푸르게 가꾼 도미니카공화국은 아이티에 비해 훨씬 잘산다.

한반도에 위치한 두 나라의 숲도 히스파니올라섬의 두 나라와 비슷하다. 한국은 세계적인 조림 성공 국가다. 그러나 북한은 1976년 김일성이 “국토 대부분이 산비탈이니 다락밭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숲이 사라졌다. 북한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이유이기도 하다, 숲은 생명이자 풍요, 그리고 축복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