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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에 발 묶였던 ‘인양 크레인’, 어떻게 다리밑 통과했나

입력 | 2019-06-08 06:21:00

수위 예상보다 여유…예인선 앞세워 방향 미세조정
이제 선체결박 작업 관건…“일요일 인양목표 최선”




7일 오후(현지시간) 유람선 ‘허블레아니’ 선체인양에 투입될 크레인선 ‘클라크 아담’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사고현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크레인선 관계자가 다리와 크레인선의 간격을 측정하고 있다. 2019.6.7/뉴스1 © News1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침몰한 ‘허블레아니호’를 들어올리기 위해 사고 지점으로 이동하던 중 수위 문제로 멈춰선 크레인 ‘클라크 아담’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사고 지점으로 도착했다.

강 수위가 내려가지 않아 크레인 도착 일정이 지연되면서 인양 개시도 늦춰질 것이라는 게 당초 전망이었지만, 크레인이 무난하게 사고 지점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주춤할 것 같던 인양 작전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침몰 유람선 인양 과정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수위 문제를 어떻게 단시간 만에 극복할 수 있었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8일 정부합동 신속대응팀에 따르면 아르파드 다리 북단에 정박해 있던 크레인은 7일 오후 2시20분 다시 이동을 시작해 35분 만인 오후 2시55분에 사고 지점 인근인 머르기트 다리 남단에 도착했다. 이동을 마친 크레인은 유람선 침몰 지점 바로 근처에 정박한 상태다.

크레인이 사고 지점까지 넘어오려면 아르파드 다리와 머르기트 다리를 통과해야 하지만 수위 문제가 관건이었다. 수위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으면 크레인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리가 손상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머르기트 다리의 경우 다리가 ‘아치’ 모양이라는 것도 난제였다. 크레인이 아치의 가장 높은 지점을 통과해야 다리가 손상을 입지 않을 수 있는데 이를 조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이 난제였던 다리 통과가 예상보다 빨리 가능했던 것은 헝가리 측이 계산했던 것보다 수위에 여유가 있었고, 크레인이 아치형의 머르기트 다리를 무사히 지나올 수 있게 예인선이 앞에서 방향을 잡게 한 세밀한 이동작전 덕분이었다.

앞서 크레인이 사고 현장으로부터 6㎞ 떨어진 아르파드 다리 위쪽에 멈춰섰던 건 수위 문제 때문이었다. 헝가리 측은 강 수위가 4.2m까지는 내려가야 크레인이 아르파드 다리와 머르기트 다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7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다뉴브강 수심은 4.64m로 측정돼 전날 오전 10시보다 오히려 6㎝ 늘어난 상황이었다. 결국 수위는 예상보다 큰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송순근 주헝가리대사관 소속 국방무관은 “그래도 실제로 통과할 때 갭(높이 차이)이 거의 아슬아슬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관문인 머르기트 다리의 아치는 예인선이 도왔다. 아치의 가장 높은 부분을 정확히 통과하지 않으면 자칫 머르기트 다리까지 손상을 입을 수 있었지만 헝가리 소방청 소속의 예인선 ‘센트플로리안’이 크레인 앞에서 방향타 역할을 했다.

© News1


송 국방무관은 크레인선과 예인선 선장이 서로 교신을 해 가며 크레인선의 방향을 미세조정했고 결국 크레인이 한 번에 무난히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송 국방무관은 “크레인이 유속에 따라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고 한다”며 “쇠로 된 와이어로 크레인과 예인선을 연결해 (머르기트 다리 아래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송 국방무관에 따르면 이는 헝가리 대테러청 측이 제안한 방법이다. 크레인 이동이 여의치 않으면 이를 분해하는 선택지까지 고려하다가 가장 현실성이 높은 예인선 방법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열흘 만에 머르기트 다리 남단에 정박한 크레인은 인양 준비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침몰 선박을 들어올릴 대비가 돼 있는 상태다.

이제 관건은 와이어 작업이 언제 완료되느냐에 달렸다. 송 국방무관은 “언제 완료될지 장담할 수는 없다”며 “와이어가 (선체 밑바닥을) 다 통과해도 묶는 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어쨌든 목표는 일요일”이라고 전했다.

(부다페스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