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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대의 말하는 86세대도 ‘헬조선’ 만든 공범일 뿐이다”

입력 | 2019-06-09 18:10:00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뉴스1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시각에는 ‘86세대’(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의 나르시시즘적 자아상이 투영된 담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아시아비정부기구학전공(MAINS)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성용 씨(30)는 계간지 ‘황해문화’의 여름호(제103호)에 실린 ‘20대 남성 담론을 질문하다’에서 정치권이 20대를 대하는 담론의 허와 실을 분석했다.

최씨는 “현 정부와 민주 진영이 20대 남성의 지지율을 회복하길 바라는 까닭은 20대, 특히 남성이 민주주의와 진보의 편이어야 한다는 소망적 사고에서 비롯된다”며 “이 막연한 소망이 마땅한 근거를 가졌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86세대가 민주주의, 진보, 정의의 편에 있다는 나르시시즘적 자아상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많은 권력과 자본을 확보하게 됐고, 예전에 비판한 사회의 구조적 구습을 극복하지 못한 채 닮아버렸다”고 비판했다. 최 씨는 “86세대는 페미니즘에 대한 모순적 태도를 비롯해 학벌주의와 학력 차별, 권위주의, 비민주적 조직 운영 등에서 진보적이지 않은 면모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논란이 선명하게 보여준 것처럼 자녀 교육과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에서 86세대라고 해서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정의로운 대의를 말하는 86세대도 ‘헬조선’을 만든 공범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86세대는 정치적으로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를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를 나누고, 자신들을 항상 진보에 위치시킨다”며 20대가 보수적이어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20대 남성은 거창한 이념에 사로잡힌 86세대보다 오히려 솔직하다”면서 “86세대에게서 도덕주의라는 외양을 걷어낸 자리엔 속물주의로 무장한 20대 남성의 얼굴이 있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