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장타로 지난해 KBO리그 신인왕을 거머쥔 KT 위즈 강백호가 ‘발야구’에도 눈을 뜨고 있다. 디테일한 주루 플레이는 더 강한 강백호를 만들고 있다. 사진은 9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 8회 1사 2·3루 때 후속타자 박경수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틈타 3루에서 과감히 홈으로 파고들어 세이프되고 있는 강백호.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타고난 것입니다.”
강백호(20·KT 위즈)는 지난해 138경기에서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을 기록하며 압도적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발야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전체 8번 도루 시도 중 성공 3개, 실패 5개로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프로필상 체형도 신장 184㎝, 체중 98㎏으로 날렵한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강백호의 발걸음이 달라졌다. 시즌 초반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도루 시도가 잦아졌다. 9일까지 65경기에서 도루 7개를 시도해 6차례 성공했다. 지난해 단 하나의 번트안타도 없었지만 올해는 벌써 3개를 성공시켰다. 내야안타도 이미 9개로 지난해(8개) 기록을 이미 추월했다.
사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강백호는 뛸 필요가 없는 타자였다.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보다 장타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장타를 만들기 쉽지 않아졌고, 또 한 번의 변화를 꾀한 셈이다.
이강철 KT 감독의 야구철학과도 맞다. 이 감독은 김민혁, 심우준, 박승욱, 조용호 등 발 빠른 선수들을 라인업에 적극 기용한다. 장타 생산이 쉽지 않다면 발로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뜻밖에 강백호까지 뛰는 야구에 가세한 셈이다. 이 감독은 “스피드 자체가 빠르진 않지만 센스를 타고 났다. 스타트할 때 센스가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내야진이 깊은 위치에서 수비를 하자 번트로 시프트를 흔드는 것도 강백호의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한혁수 KT 작전·주루코치는 스프링캠프에서 강백호의 뛰는 야구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구단에 요청해 ‘슬라이딩 베드(Sliding Bed)’를 공수했다. 슬라이딩 베드는 실제 땅보다 미끄럽고, 부상 위험이 적기 때문에 적극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캠프 내내 빠른 스타트와 적극적인 슬라이딩에 초점을 맞춰 훈련했다. 한 코치는 “흔히 공·수·주 3박자라고 하지 않나. 이제 주루까지 갖추게 된 것 같다”며 “주루라는 옷도 (강)백호에게 잘 맞는 것 같다. 본인이 도전을 워낙 좋아한다. 디테일함을 갖추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고 극찬했다.
강백호는 “뛰는 야구가 낯설긴 하지만 한 베이스를 더 갈수록 팀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며 “나는 아직 젊다. 쌩쌩하니까 더 많이 뛸 수 있다”고 자부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