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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골화되는 美, 中 압박… 기업 울타리 돼줄 정부 총력전 아쉽다

입력 | 2019-06-10 00:00:00


중국 정부가 최근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불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對中)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5일 국내 기업들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뒤 중국의 맞대응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을 향해 ‘줄서기’를 강요하는 양국의 노골적인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자국 기업의 권익을 침해한 외국 기업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동안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한국은 곤혹스러운 처지다. 자칫 어느 한쪽 편을 들었다가 무역 보복을 당할 수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공조의 틀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작금의 태도는 미중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내에 미중 관계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다는 방안 외에 정부가 내놓은 이렇다 할 조치는 없다. 정부가 “민간 기업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 국내 기업들은 미중 분쟁 속에 기댈 곳 없는 처지가 됐다. 이러니 정부의 대응 방향과 전략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통상 문제를 넘어 기술 패권, 외교안보 등 세계 질서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총성 없는 패권 전쟁이다. 양국이 협상을 벌이고는 있지만 양보할 수 없는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등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안보의 보루인 한미 동맹을 단단히 다지는 토대 위에 외교안보·정무·통상 라인 등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미국과 중국에 한국이 처한 특수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기업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준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