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아동체력시설 ‘아이랑’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문화체육회관 1층 아동체력관리시설 ‘아이랑’에서 어린이들이 자신의 체력을 재보고 있다. ‘대롱대롱 스파이더’에서 인공암벽을 타며 근지구력을 측정하거나(왼쪽 사진) 체지방을 비롯한 몸속 균형 상태를 알아보고 있다. 아이랑은 올 3월 정식 개관했다. 서대문구 제공
8세 남자 아이가 8.26m²의 방 한가운데에 섰다. 130cm 남짓한 아이 눈높이의 벽에 동그랗고 네모난 센서 약 10개가 붙어 있다. 긴장한 표정의 아이는 9시 방향의 센서에 불이 들어오자 잽싸게 달려들어 눌렀다. 60초 동안 누른 센서는 23개. 이날 함께 온 20명 중 2위 기록이다. 옆방에서는 체조용 고무공인 짐볼 위에 선 여자 아이가 손잡이에서 양손을 뗀 채 균형을 잡고 서 있었다. 넘어지지나 않을까 지켜보는 엄마에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였다. 아이가 버틴 시간이 방 앞 모니터에 떴다. 손잡이를 잡으면 그 시간만큼 빠진다.
키즈카페나 놀이동산이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가 서대문문화체육회관 1층에 문을 연 아동 전용 체력관리시설 ‘아이랑’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센서를 활용하는 바디펌프존(BodyPumpZone)의 ‘빨리빨리 다람쥐’와 ‘흔들흔들 말랑젤리’ 방에서 민첩성과 균형감을 측정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생긴 5∼9세 대상 체력관리시설 아이랑은 올 3월 정식 개관해 9일로 100일을 맞았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야외 활동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아이들의 신체 및 체력 관리 수요는 커져 인기가 있다.
이어 바디펌프존의 6개 방에서 1시간 동안 번갈아가며 민첩성 균형감 근력 유연성 근지구력 심폐지구력을 측정한다. 이후 놀이공간인 플레이펌프존(PlayPumpZone)에서 암벽 타기, 균형 잡기, 그물 타기 등을 한다. 실시간 기록을 볼 수 있는 20m 달리기는 줄을 설 정도다.
아이랑 측은 아이들의 체력측정 결과를 검사표로 만든다. 신체와 체력 상태를 또래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1∼3등급으로 나눠 설명해준다. 보호자가 원하면 상담도 진행한다.
여덟 살 난 딸과 딸의 친구를 데리고 아이랑을 찾은 김혜진 씨(40·여)는 “매달 이곳을 찾아 아이의 체력 상태를 측정하고 싶다”며 “미세먼지나 안전 문제 때문에 아이가 밖에 나가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넓은 실내에서 뛰어놀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아이랑 이용요금은 6000원이다. 서대문구 주민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국가유공자 자녀는 50% 할인받을 수 있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시범 운영을 할 때는 무료 운영을 검토했으나 예약을 하고 오지 않는 아이가 많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요금을 받기로 했다. 아이랑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을 열며 토요일은 오후 4시까지다. 다만 평일 오전에는 서대문구에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한다. 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쉰다. 예약은 아이랑에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