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천 반달곰, 이번엔 구미까지 갔다

입력 | 2019-06-10 03:00:00

지리산서 세차례 탈출했던 수컷
작년 수도산 방사뒤 또 70km 이동… 사람 피해 산 능선따라 북상
환경부, 수도산 돌려보낼지 논의




서식 영역을 자주 옮겨 ‘반달곰계의 콜럼버스’란 별명을 얻은 천연기념물 제329호 반달가슴곰(반달곰)이 최근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구미 금오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인공은 올해 다섯 살이 된 수컷 반달곰 ‘KM-53’이다.

9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수도산에서 살고 있던 KM-53이 5일 금오산으로 넘어간 사실이 위치추적기를 통해 파악됐다. 금오산과 수도산의 거리는 약 70km다. KM-53이 금오산으로 이동한 지 하루 만인 6일 오후에는 등산객의 목격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KM-53은 사람이 없는 길을 찾아 기민하게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종복원기술원 관계자는 “인적이 드문 산 능선을 따라 금오산자락으로 이동했다”며 “도로를 만나면 낮에는 그 주변에 머물다 새벽에 차량이 없을 때 굉장히 빠른 속도로 건넜다”고 설명했다.

현재 KM-53은 금오산에 머물고 있다. 종복원기술원은 KM-53 전담 직원을 2명에서 6명으로 늘려 이동 경로를 24시간 체크하고 있다. 또 금오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는 등산객들에게 반달곰 서식 사실을 알리고 있다. 환경부는 10일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KM-53을 포획해 다시 수도산으로 돌려보낼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반달곰 복원사업은 2002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반달곰이 지리산에 생존한 것이 공식 확인된 이후 본격화됐다. 2004년에는 지리산국립공원에 우리나라 반달곰과 유전자가 동일한 연해주산 반달곰을 방사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현재 지리산과 수도산 일대에서 살고 있는 반달곰은 64마리로 추정된다.

KM-53은 2015년 지리산에 방사된 이후 3차례나 지리산을 떠나 수도산으로 서식지를 옮긴 바 있다. 당시엔 반달곰들이 모두 지리산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환경부는 2차례 KM-53을 포획해 다시 지리산으로 데려왔다. 그 이후 KM-53은 지난해 3번째로 수도산으로 향하다 대전∼통영 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에 치여 왼쪽 앞발이 부러져 반달곰으로는 세계 최초로 복합골절수술을 받았다.

환경부는 당시 KM-53이 앞으로도 계속 수도산으로 갈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수술에서 회복한 KM-53을 수도산에 방사했다. KM-53이 지리산에서 약 100km 떨어진 수도산으로 간 이유에 대해선 청년기에 접어든 수컷이 본능에 따라 영역 확보에 나섰거나, 동굴 등 마음에 드는 서식 환경을 발견했으리란 추정이 나왔다. 수도산에서 금오산으로 옮긴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