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환 전 청소년대표팀 감독
이원주 스포츠부 기자
팔순을 넘긴 원로 축구인은 손자뻘 되는 후배들이 해낸 일이 자랑스럽기만 했다.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4강 신화를 이끌었던 박종환 전 감독(81)이다.
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박 전 감독은 이날 새벽 폴란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36년 만에 다시 4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의 쾌거가 누구보다 반가운 듯 보였다.
박 전 감독의 말대로 당시 대표팀은 멕시코의 고지대 경기장에 적응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육상 트랙을 뛰고 성인 국가대표팀(A대표팀)과 연습경기를 치러야 했다. 땀과 눈물로 4강을 이뤄낸 대표팀은 귀국 후 서울 도심에서 카퍼레이드까지 하며 열광적인 환영을 받기도 했다.
‘맹장’으로 유명했던 박 전 감독은 축구에서만큼은 ‘고집스럽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자신의 스타일에 집착했다. 하지만 36년 만에 다시 큰일을 해낸 이번 대표팀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선배 세대들은 갖고 있는 기량이 100이라면 경기장에선 50밖에 뛰지 못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큰 무대 경험이 부족했고, 조직력을 위해 개인기를 희생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세계 최강과 붙어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발랄한 10대들은 경기장에서 120%를 뛴다. 긴박한 승부차기 상황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요즘 선수들은 뛰어난 신체조건과 창의적인 기술, ‘하고자 하는 의지’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승부사로 유명했던 박 전 감독의 덕담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이원주 스포츠부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