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이렇게 장황하게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여는 이유는 내 생각이 대부분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다. 가끔 한국 언론들은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70년 이상 치른 영국 런던이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도시들이 우리의 롤모델인 것처럼 보도하지만 실제 현지 언론이나 주민들은 아직까지 대기오염 문제를 우리만큼이나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관심을 대변하듯 대기오염 수업은 늘 수강정원을 가득 채운다.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수강 이유를 물어보면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겪어온 대기오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다. 미국 폐 협회에 의하면 로스앤젤레스∼롱비치 지역은 오존 오염 통계로는 미국 228개의 도심권 지역 중 최악, 연평균 초미세먼지는 5번째로 오염이 심한 곳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차량, 공장 및 발전소 등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줄이다 보니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가정용 세척제로 사용되는 물질들이나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방향 물질들이 대기 중에서 반응을 일으켜 유의미한 양의 오존이나 초미세먼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라고 부르면 무척 독성이 강한 물질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우리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물질을 총칭한다. 울창한 산림 속에서 상쾌함을 유발하는 나무, 꽃향기도 이러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일부분이다. 이러한 발견은 대기오염이 아직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즉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매우 많은 영역임을 알 수 있는 실례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문제는 개선이 목표이지 해결이 목표일 수는 없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가 조밀하게 모여 살고 중국 대기오염의 영향권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대기오염은 오랜 기간 함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인정할 때 합리적인 개선책을 만들 수 있다. 단기간 해결에 몰두하다 보면 과학적이지 않은 일시적인 미봉책들에 집착하게 된다. 이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언론과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주장에 대해 좀 더 까다롭게 사실 확인을 할 과학적 교양을 넓혀야 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저서 ‘담대한 희망’에는 점점 심화되는 좌우 정치세력의 정쟁 이유를 설명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세대의 은퇴에 대한 의견을 싣고 있다. 즉, 전 세대만 해도 이념적인 성향에 상관없이 파시즘이라는 공공의 적과 싸웠던 경험으로 서로 정쟁을 펼치면서도 협치를 할 수 있었으나 점점 그러한 세대가 사라져가면서 정쟁만 심화됐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정쟁의 심화는 비단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오염 문제 대처에 힘을 합쳐 나간다면 문제의 개선과 사회통합의 두 마리 새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