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SF ‘블랙 미러’ 시즌5
영국 채널4에서 방영했던 ‘블랙 미러’는 넷플릭스가 2016년 시즌3부터 제작을 맡아 더욱 도전적인 콘텐츠를 선보여 왔다. 사진은 ‘레이철, 잭, 애슐리 투’에서 인기 있는 팝가수 애슐리(마일리 사이러스)와 그의 목소리를 지닌 인공지능(AI) 로봇 ‘애슐리 투’. 넷플릭스 제공
“‘블랙 미러’는 기술이 나쁘다고 묘사하는 건 아니에요.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잘못 사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죠.”
시즌1부터 각본 및 제작에 참여해 온 찰리 브루커가 7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통화에서 전한 말처럼,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시즌5의 3개 에피소드도 동일한 주제의식을 이어받았다. 희망적인 기술의 진보를 보여준 시즌3 ‘샌주니페로’처럼 시리즈 특유의 어둡고 싸늘한 시선도 많이 걷어냈다.
기술적 상상력은 그대로, 비판의 날은 무뎌졌다. ‘스트라이킹 바이퍼스’에 접속하기 위해 관자놀이에 붙이는 첨단 기기는 우주 함선 속 이야기로 에미상까지 수상한 시즌4의 ‘USS 칼리스터’에서 쓰인 기술 그대로다.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통해 경찰,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보다 더 많은 정보력을 지닌 SNS 기업들의 전지전능함은 그간 반복돼 온 주제. SNS 중독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마저 준다. “전 시즌 에피소드들을 살짝 뒤튼 기시감이 든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가까운 미래를 간접 체험하는 시리즈 본연의 재미는 여전하다. 하이틴 드라마스러운 ‘레이철, 잭, 애슐리 투’의 분위기는 이질적이지만 분명 색다른 시도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팰컨(앤서니 매키), 영국 드라마 ‘셜록’의 짐 모리아티(앤드루 스콧), 가수 마일리 사이러스 등 익숙한 얼굴들의 호연도 다소 아쉬운 서사에도 끝까지 보게 만드는 몰입감을 준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