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낙태법 제정 논란’ 앨라배마, 이번엔 성폭행범 친권 논란

앨라배마 주상원의원, 가해자 친권제한 법률 제출예정

 성폭행과 근친상간의 경우에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반(反)임신중단(낙태)법 제정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앨라배마에서 이번엔 성폭행범의 친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비비언 피겨스 주상원의원은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 가해자의 친권을 제한하도록 하는 법안을 다음 회기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달 14일 앨라배마 상원에서 치러진 반임신중단법 표결 당시에도 반대표를 던진 인물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다수 주는 지난 2015년 어린이가 성폭행에 의해 임신했다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을 경우 (가해자의) 친권을 제한할 수 있는 ‘성폭행생존아동보호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앨라배마주에는 현재 성폭행으로 생긴 아이에 대한 가해자의 친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이 아직 없다.

주의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의 법안을 논의했지만, 가해자가 자신의 자녀를 성폭행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논의 내용이 좁혀졌다. 피겨스 의원은 WP에 “정말 추잡하고 불공정하며 심지어 산모와 아이들에게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주의회 논의 과정을 비난했다.

여성자원센터의 민간 법률지원사업단체인 ‘바버라 J. 하트 정의센터 주디스 루이스 법률부문장도 “은행을 턴 사람에게 훔친 돈을 보관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그런데도 법은 성폭행을 저지른 이에게 친권을 허용한다”고 비판했다.

임신중단 반대론자들 사이에서도 가해자에 대한 친권 부여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성폭행으로 임신했지만 임신중단에 반대하는 한 가족의 변호사인 리베카 키슬링은 WP에 “만약 (피해자들이)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임신중단을 선택하지 않거나,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친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성폭행 주장이 이혼 절차에서 악용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부모단체 의장 네드 홀스타인은 성폭행 혐의를 근거로 한 법원의 친권 박탈에 대해 “사기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홀스타인은 “누군가의 자식을 빼앗는 것은 통탄할 일”이라며 “만약 무고한 부모에게 그런 일이 행해진다면 그 아이에게도 영원히 적절한 부모를 불허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가해자가 성폭행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에 대해서는 “이 문제는 양쪽에 가치가 있고, 우리는 이에 대한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