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거센 반발…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노력 훼손 우려 당정 “다른 방안 찾아 국공립유치원 질적개선 도모할 것”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국공립 유치원 위탁경영 반대연대 ‘국공립 위탁 허용하는 유아교육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국공립유치원을 사립대학 등 민간에 위탁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결국 철회됐다. 이를 추진했던 여당과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현직교사와 예비교사, 교원단체 등 교육계 거센 반발에 부담을 느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법안 강행시 그동안 쌓아왔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아교육법 개정안 철회를 선언하고 이날 법안 철회 절차를 밟았다. 박 의원은 “그동안 접수된 많은 우려와 의견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박 의원은 해당 유아교육법 개정안 대표발의자로 동료 국회의원·정부와 논의를 거쳐 이번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국공립유치원을 유아교육과를 둔 사립대학 법인이나 그 외 공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개인 등 민간도 위탁 경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현행법상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국공립유치원은 특성화가 어렵고 돌봄시간 확대나 통학버스 운영 등 학부모 요구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어 민간 위탁을 통해 이런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이 반발에 부딪힌 이유는 거센 반대 여론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가 반대 성명을 내고 공론화에 앞장섰다. 지난 7일에는 현직·예비 국공립유치원 교사와 학부모 1800여명이 국회 앞에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며 여론이 더 들끓었다. 이후에도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박 의원 지역구 사무실과 교육부 앞 집회를 예고했고 현직·예비 국공립유치원 교사와 학부모들이 2차 대규모 집회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반대 측에서는 민간 위탁 시 ‘도로 사립유치원’이 되는 등 국공립유치원 공공성 훼손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 정부가 국정과제인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꼼수 확대’로 민간 위탁 카드를 빼든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국공립유치원에는 임용시험을 거쳐 선발된 교사가 근무해야 하는데 여당과 정부가 기존 교원 고용 승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임용제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런 비판과 반발이 계속되자 여당과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당정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노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동안 여당과 정부는 사립유치원의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의무화, 국공립유치원 확대 박차 등을 통해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법안 추진 과정을 거치면서 여론의 상당수가 돌아섰고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에 대한 믿음에도 일부 균열이 일었다. 최근 사립유치원 가운데 일부가 에듀파인 의무사용은 위법이라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교육부 관리소홀이라는 비판이 겹친 것도 한몫했다.
구체성이 떨어지고 논란 우려가 있는 법안을 강행 추진했을 때 더 큰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법안 내용 중 위탁 경영 주체로 제시된 ‘공익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자’는 선정기준이 모호하다. 사립유치원 매입 또는 국공립유치원 위탁 시 기존 교원 고용 승계 부분은 법안에 빠져 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밝힌 내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민의 우려를 받아들여 국공립유치원 민간위탁 방침은 폐기할 것”이라며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공립유치원 혁신을 위한 다른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앞으로 국공립유치원의 유아 수 과밀 문제 해소, 맞춤형 돌봄 확대 등 양적 확충뿐 아니라 혁신 운영 모델 취지를 살리는 유아교육 질적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