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어떻게 장면이 바뀌어야 될지 뼈 속까지 알게 된다”는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그가 그린 섬세한 스토리보드는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된다. ‘기생충’에서 전원 백수인 기택네(송강호)가 반지하에서 피자박스를 접는 장면도 철저히 스토리보드를 따른 결과물이다. 빠르고 거친 스케치로 완성하거나 ‘옥자’처럼 포인트 색을 입혀 만화적 완성도를 높이기도 했다. ‘연세춘추’에 4컷 만화를 연재했던 시절, 그는 영화 동아리 ‘노란문’을 만들어 첫 단편작 ‘백색인’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최우식의 말이다. 9일 ‘기생충’이 개봉 11일 만에 관객 수 7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봉준호 감독(50)의 작업 방식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처럼, 스토리보드 안에 카메라 앵글, 동선, 배경 등 그의 디테일이 모두 담긴다. 컷만 나누는 게 아니라 핸드헬드(손으로 들고 찍기) 등 연출 느낌까지 스케치로 표현한다. 그는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년)부터 전문 작가들에게 맡기지 않고 시나리오와 콘티를 직접 작업해왔다.
‘기생충’ 촬영현장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홍경표 촬영감독도 1000개 가까운 컷이 담긴 완벽한 콘티 덕분에 77회 차 만에 ‘기생충’ 촬영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한 만큼 촬영 현장에서 겪는 시행착오도 줄었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준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옥자’ 콘티(넷플릭스 제공)
‘설국열차’ 콘티 (네이버 영화 캡처)
‘설국열차’ 설계도 (네이버 영화 캡처)
그는 어릴 적 만화가를 꿈꿨던 ‘만화광’이었다. 외할아버지인 소설가 구보 박태원(1909~1986)보단 국내 1세대 디자이너인 아버지 봉상균(1932~2017)의 영향이 더 컸다고 한다. 외국 출창 때마다 아버지가 사온 그래픽 책과 서재에 놓인 화집들을 읽어온 그는 5세부터 만화를 그렸다.
‘괴물’ 그림들(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코리아 캡처)
4컷 만화 ‘연돌이와 세순이’ (연세춘추 캡처)
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