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이강인(가운데)이 10일(한국시간) 폴란드 카토비체국제공항에서 에콰도르와의 ‘2019 국제축구연맹 U-20월드컵’ 4강전이 열리는 루블린으로 이동하기 위해 전세기에 오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한 이강인은 대표팀 필승 공식의 핵심이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제 ‘1983년의 영광’을 넘어서는 일만 남았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36년 전 대선배들이 이뤘던 위업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다. 18세와 19세, 20세로 이뤄진 한국축구의 청춘들은 12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폴란드 루블린 스타디움에서 에콰도르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 4강전을 치른다. 사상 첫 결승행이 걸려있는 운명의 단판이다.
● 승리 방정식
핵심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모두 선발출장해 4강행을 견인한 이강인이다. 2선 중앙과 오른쪽 윙어, 전방 공격수 등 경기마다 위치는 조금씩 달랐지만, 넓은 시야와 섬세한 발재간, 깔끔한 침투 패스를 통해 오세훈과 조영욱의 공격을 도왔다.
이들의 호흡이 잘 드러난 장면은 세네갈과 8강전이다. 2-2로 맞선 연장 전반 6분 오세훈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상대 수비 사이를 가르며 뛰어가던 조영욱에게 침투 패스를 안겼다. 이어 조영욱은 주저하지 않고 공을 오른발로 차 넣으면서 그림 같은 골을 완성시켰다.
● 돌풍의 에콰도르
이러한 장면이 더욱 필요한 이유는 4강전 상대 에콰도르가 만만치 않은 조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공수 안정감이 배가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에콰도르는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2점 이상을 내준 적이 없을 만큼 수비진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는 이유다.
● 새로운 역사
정정용호가 4강에서 에콰도르를 꺾는다면 한국축구는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 1983년 대회(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박종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브라질과의 사상 첫 4강에서 1-2로 지면서 위대했던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제 36년이 지난 지금, 후배들이 미완의 대업인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완성하겠다는 각오로 에콰도르와 맞붙는다.
FIFA가 주관하는 남자축구 국가대항전 최고 성적도 새로 쓸 수 있다. 한국은 1983세계청소년선수권과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을 밟았지만 모두 3·4위전에서 패했다. 이번 대회 결승만 올라가더라도 두 기록을 동시에 깨트릴 수 있다.
대한민국 남자축구의 새 역사 그리고 아시아 국가 최초의 U-20월드컵 우승이라는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정정용호. 이제 운명의 날이 밝았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