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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병원 ‘메디 스토리’]고령의 유방암 환자도 생존율 높일 수 있다

입력 | 2019-06-11 03:00:00


허민희 인하대병원 교수(왼쪽에서 두 번째)가 유방암 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방암 수술 뒤 환자에게 일어나는 우울증, 불안 증세를 치유하기 위해 유방암 전문 코디네이터, 종양 전문 간호사들이 ‘토털 케어’를 펼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윤모 씨(74)는 지난해 11월 인하대병원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당뇨와 고혈압 증상은 있었지만 알찬 식단과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해 온 터라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었다.

주치의 허민희 교수(유방갑상선외과 센터)는 통상적으로 고령 환자에게는 항암치료를 진행하지 않지만 윤 씨의 건강 상태가 양호해 유방암 제거 수술을 했다. 윤 씨는 올 1월 4번째 항암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윤 씨는 “2017년 겨울부터 유두에 뭔가 파고드는 증상이 있었다. 나이가 많아 그렇겠지 했는데 딸이 건강검진을 해보자고 해 병원을 찾았다. 유방암 3단계 초기라는 진단 결과를 듣고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은 2017년부터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가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유방암 판정을 하는데 고령자 기준은 65세 이상이다. 이 연령대의 임상 시도가 거의 없는 데다 상대적으로 치료 필요성에 대한 근거도 부족하다.

의사들은 고령 유방암 환자의 치료 어려움을 감안해 젊은 환자보다 저강도 치료를 시행한다. 고령 환자의 경우 신장과 심장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항암요법 치료를 하게 되면 자칫 약물 독성으로 이들 기관의 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최근 이를 고려한 고령 유방암 환자에 관한 연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환자에게 시행되는 항암 치료가 생존율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24개월 정도다. 한국의 경우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로 전이성 유방암이 있을 때 생존 기간이 30.3개월이다.

고령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이 젊은 유방암 환자에 비해 낮다고 볼 수는 없는 만큼 적절한 치료를 하면 생존율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 엄앵란 씨(83)는 2015년 말 종합편성TV 채널A ‘나는 몸신이다’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왔다가 유방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듬해 1월 수술을 받아 2개월 만에 건강을 되찾고 방송에 복귀했다. 고령 여성들이 확진 유방암 판정을 받더라도 나이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를 엄 씨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폐경기 여성이 흔히 복용하는 여성 호르몬제, 젊은 여성들이 피임용으로 복용하는 경구용 피임약도 5∼10년 장기 복용할 경우 유방암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하대병원 유방갑상선외과센터는 유방암 등에 걸린 환자에게 최적화된 ‘맞춤 암 치료 솔루션’을 제공한다. 외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혈액종양내과, 성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이 환자 및 가족과 협의를 통해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다학제 협진을 펼친다.

환자 중심의 암 진단은 물론 수술에 이은 유방 재건, 심리 치료까지 한 번에 논의하는 ‘원스톱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허 교수는 “수술 후 환자에게 나타나는 우울함과 불안 증세를 치유하기 위해 유방암 전문 코디네이터, 종양 전문 간호사, 영양사, 환자 도우미(유방암 치료 경험자) 등 인하대병원의 진료 지원 그룹이 ‘토털 케어’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