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률 90% 이르는 인기 노선… 대한항공 “특혜 커져 불공정 경쟁”
“항공 자유화를 주제로 국제회의를 여는 한국이 정작 하늘길을 넓히는 데 얼마나 적극적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달 8일 인천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심포지엄에서 만난 항공 전문가는 “정부는 국민이 싼 비용으로 다양한 국가를 갈 수 있게 하늘길을 넓히는 걸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의 주제는 국가 간 항공편을 개설할 때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신고만 하면 취항할 수 있게 하자는 항공 자유화였다. 하지만 개최국인 한국은 여전히 항공 노선 확대에 소극적이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하늘길을 넓히자’는 논의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대표적 사례가 인천∼두바이 노선의 확대다. 현재 이 노선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 항공과 대한항공이 각각 주 7회씩 운항 중이다.
노선 이용객이 증가하면서 에미레이트 항공 측은 “항공 자유화까진 아니라도 주 14회로 증편을 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증편으로 항공 좌석의 공급이 늘면 소비자들이 싼 가격으로 다양한 국가를 여행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익이 증대한다는 주장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두바이 항공료는 에미레이트 항공이 약 75만∼110만 원으로 대한항공보다 30만∼50만 원 싸다. 하지만 UAE 측의 증편 요구는 2001년 ‘한-UAE 항공회담’에서 운항 편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이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중동행 노선 증편 시 중동 항공사들의 저가 공세로 항공 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가격 경쟁에 나서야 하는 대한항공 역시 “중동 항공사들은 각종 세금 면제 등의 보조금을 받고 있어 불공정한 경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미레이트 항공 측은 이에 대해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내 여행 및 항공업계는 중동행 증편 논의가 조만간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큰 데다 2월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 간 정상회담에서도 “항공 분야가 양국 간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인정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놨기 때문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