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0일 김경수 경남지사와 회동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박남춘 인천시장을 차례로 만나며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이어지는 양 원장의 광폭 행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은 ‘궁중(宮中) 정치’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양 원장 측은 김 지사와의 만남이 민주연구원과 경남발전연구원의 업무협약 체결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앞서 서울시장과 경기지사와의 만남도 그런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설령 그런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단체장 개인의 사설 연구소가 아닌 지자체 부설 연구원이 여당 싱크탱크와 업무협약을 맺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업무협약 자체만으로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특정 정당의 선거공약을 개발하는 행위는 위법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자체 싱크탱크가 특정 정당 싱크탱크와 업무 협약을 맺은 사례는 확인된 게 없다고 밝혔다.
양 원장의 광폭 행보는 대선 직후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공직을 맡지 않겠다”던 스스로의 다짐을 무색하게 하며, 문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양 원장과의 만남에 기꺼이 응한 광역단체장 등 고위 공직자들의 태도도 문제다. 광역단체장은 민주당 당원이기 이전에 시정, 도정의 최고책임자다. 총선 전략을 짜는 여당 실세와의 만남이 정치적 해석을 낳을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정이 도민의 이익보다 정파적 이해에 기우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자초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