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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 도면이 3D 이미지 변신… 실제건물 보듯 생생하네

입력 | 2019-06-11 03:00:00

[한국의 프롭테크 스타트업]<3>공간플랫폼 구현 ‘어반베이스’




어린 시절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던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면서 3D로 구현된 공간 데이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3D로 구현된 공간 데이터가 있으면 건축사무소에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드는 건축물 모형을 굳이 실물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차원의 도면을 보자마자 3차원의 공간을 그려내기란 어렵죠.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숙련된 건축가가 머릿속에서 상상한 모습을 그대로 현실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10일 서울 강남구의 공유오피스 사무실에서 만난 하진우 어반베이스 대표(37)는 태블릿PC 화면에 띄운 3D 건축물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확대해 보이며 말했다.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뷰어 프로그램 덕분에 화면 속 2층짜리 주택은 눈앞에 실재하는 것처럼 생생했다. 하 대표는 “구글글라스 등 스마트 기기가 발전하면 1 대 1 크기로 지어진 3D 가상 건물로 직접 걸어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는 체험도 가능하다”며 “기술이 부동산 관련업 종사자들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창립한 프롭테크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는 2차원의 건물 설계 도면을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VR) 등 3차원 이미지로 단시간 안에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해 발전시키고 있다. 자동모델링·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한 도면 변환 기술은 한국과 일본에서 특허 등록을 마쳤다. 현재 이 회사엔 30명의 직원이 있고, 누적투자금액만 45억 원을 확보했다.

일부 가구·가전 브랜드들은 벌써 어반베이스의 기술을 활용해 성공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쇼룸이나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해보고 견적서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어반베이스의 VR 서비스를 도입한 가구 브랜드 ‘일룸’의 경우 시장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었다. LG전자와 홈쇼핑업체 K쇼핑도 사용료를 지불하고 자사 판매 제품과 전국 아파트 도면을 3차원으로 구축하는 기술을 제공받았다.

어반베이스 측은 이 기술이 부동산개발사, 시공사, 분양대행사, 부동산 정보플랫폼 등 다양한 수요자에게 확대돼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별도의 모형 제작 없이 모바일 디바이스만으로 업계 당사자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실제 건물이 지어지면 어떤 질감의 마루나 벽지, 창호 자재가 사용되며 일조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미리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 공간을 디지털상에 구현하는 기술을 활용하면 정부 차원에서도 각종 도시 문제에 선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폭우나 폭설,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교한 모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노약자들을 위한 지하철 역사 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개발도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이러한 활용을 고려해 도시 전체의 공간 정보를 개방하고 3D데이터로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 공공기관의 건축 도면 공개와 같은 지원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 대표에 따르면 한국은 3D공간 데이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으며 행정안전부 등 여러 부처가 공개 여부를 협의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는 “스마트시티의 밑그림은 결국 3D 데이터로 그려야 한다”며 “이 기술을 통해 부동산 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