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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입구 막고 신분증 검사하는 민노총

입력 | 2019-06-11 03:00:00


수도권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 A 씨는 4월 출근길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수십 명이 공사장 출입문 한 곳을 막고 근로자들의 신분증을 검사했다. 10년 전 귀화한 중국동포 출신 A 씨는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노조의 신분증 검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노조원들이 없는 출입문으로 공사 현장에 들어갔다고 한다. A 씨는 “경찰도, 시공업체도 아닌 노조원들이 무슨 권한으로 신분증 검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건설업체 관계자와 현장 근로자들은 노조의 신분증 검사에 대해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중 불법체류자를 가려내 이들 대신 노조 소속 근로자를 쓰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원들이 불법체류자 고용이나 안전수칙 위반 등을 약점으로 잡아 노조원 근로자 채용을 압박한다는 목소리가 공사 현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 B 씨는 “어쩌다 불법 체류자가 나오면 그 근로자만 쫓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건설업체까지 법무부에 고발할 것처럼 하면서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를 더 많이 쓰라고 압박한다”고 말했다.

공사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노조원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근로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일하는 모습이나 공사현장의 위법 사항들을 찍기 위해 드론까지 띄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으로 촬영한 규정 위반 행위 사진을 관할 노동청에 신고할 것처럼 하면서 건설업체를 압박해 노조원 몫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얻어내려 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나름대로 철저히 관리를 해도 지켜야 할 안전수칙이 많아 빈틈이 생길 수 있는데, 노조는 그런 허점을 이용해 현장을 장악한다”고 말했다.

노조 소속 근로자들이 일용직 근로자들의 불안정적인 지위를 이용해 접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충남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팀을 이끄는 팀장 C 씨는 3월 민노총 조합원인 타워크레인 기사 4명이 술을 사라고 요구해 접대비로 200만 원을 썼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10월에도 “화끈하게 사야 우리가 밀어준다” “우리가 도와줘야 현장 일이 빨리 진행되지 않겠느냐”며 룸살롱 접대를 요구했다고 한다. C 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람들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일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룸살롱 접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박상준·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