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대담
전호환 부산대 총장(왼쪽 사진)과 송재호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 국립대학의 역할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전 총장과 송 위원장은 지방 거점 국립대가 해당 지역 강점 분야의 발전을 주도하고 지역 주민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하는 공적인 역할에 더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저출산 시대, 대학이 지역혁신거점 역할 해야
두 사람은 먼저 저출산 시대에 지역 국립대의 역할과 지역 균형 개발에 대화의 초점을 맞췄다. 2018년 기준 합계출산율(여성이 15세부터 45세까지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98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지방대의 ‘생존’을 위해서도 심각한 문제다. 저출산으로 시작된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지방대를 중심으로 한 지역 혁신 방안으로 옮겨갔다.
▽송 위원장=정부의 국가균형발전 방향은 종전의 분산 개념에 더해 분권을 지향하는 거다. 지방에 권한을 주고 스스로 개성 있는 발전을 해나가도록 하는 건데, 결국 지역을 혁신하려는 역량과 추진력, 지역 사회 공헌에 대한 의지가 중요해졌다. 그 중심에 대학이 있다는 게 핵심이다. 거점 국립대가 있는 지역들이 서로 경쟁과 협력을 하면서 뛴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다. 지역 간 격차를 시정하는 모든 노력을 중앙 정부의 일로 본다.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은 소득과 일자리 수를 넘어서 삶의 행복도와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일부 일조할 수 있는 게 대학이다. 지역에 활력을 주고, 문화와 교육의 흐름을 선도하는 잠재력을 키워갈 때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역 행정과 산업, 대학을 같이 엮어야 한다. 소위 ‘시-산-학’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재정 투입도 일어나게 된다. 부산의 경우는 대학과 시 행정의 연계가 잘된 경우다. 대학이 아닌 시가 ‘산학협력단’을 만든 건 이례적이다.
▽전 총장=부산대도 ‘지역혁신협력팀’을 만들어 부산시의 산학협력단과 연계해 대학의 다양한 맞춤 인재 양성과 혁신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부산대에는 86개국에서 외국인 학생 2200여 명이 와 있다. 유학생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국내 최고다. 세계 유수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시에서는 부산시내 대학과 연계해서 유학생을 공동으로 유치하고 공동 기숙사도 짓자고 한다. 대학과 시가 협력해야 될 게 많다. 정부 3개 부처가 내놓은 정책으로 대학 내에 첨단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캠퍼스 혁신 파크’도 시의 협조가 필요하다.
▽송 위원장=캠퍼스 혁신 파크는 지역 대학 혁신 정책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대학 안에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것을 넣는 거다. 일종의 첨단 산업 지역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이다.
▽전 총장=그것을 잘하는 곳이 독일이다. 독일 아헨시(市)가 새 기차역을 지으면서 옛 역사를 아헨공대에 제공했다. 대학의 기술과 젊은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이곳에 벤처기업들이 몰려오면서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대학이 혁신 기술 개발로 지역에 일자리를 선물해주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를 얻었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대학 주변에 스타트업, 벤처 등이 들어올 수 있는 창업 생태계가 구축돼야 된다. 융·복합 창의 인재 양성과 지역 기업 일자리 창출에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 국토의 고른 발전이 건강한 나라 만들어
정부는 최근 부산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1차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신성장동력인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부산대의 역량이 중요해졌다. 이와 관련한 국가균형발전 논의도 이어졌다.
▽전 총장=양산캠퍼스에 ‘정보의생명과학대학’을 새로 만든다. 부산이 하고자 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의료, 관광, 금융 산업과의 접목이다. 양산캠퍼스는 의생명특화단지로 개발되고 있다. 신설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의 정보데이터 기술과 의생명과학 기술을 융합하기 위함이다. 우리 대학은 이미 블록체인 실험실을 비롯해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전공 교수를 대거 뽑을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차원에서 ‘동남권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하고 있다.
▽송 위원장=동남권발전협의회가 왜 중요하냐면 지역으로 내려간 정부 부처, 혁신 지원 기관들이 전체적으로 서울만 바라보도록 하지 않고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토양, 묶음을 만들어준다는 거다. 이것을 지원하고 방향도 제시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협의체가 한다.
▽송 위원장=부울경이 광역경제권으로 발전하려면 우선 사회간접자본(SOC) 확보가 중요하다. 부산은 제일 중요한 게 공항, 항만이다. 대한민국의 관문이기 때문에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원 시설이 있어야 한다. 금융, 언어, 회계, 법률 등과 21세기형 대표 지원 시설인 스마트시티다. 여기에 지역민들이 품격 있게 살 수 있는 생활밀착형 SOC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영장, 체육관, 어린이·취약계층 돌봄 시설, 노인 의료 시설 등이다. 생활밀착형 SOC에 대해서는 정부가 앞으로 3년 동안 48조 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 총장=부산대 양산캠퍼스의 경우 시민하고 같이 쓸 수 있는 체육관을 문화 시설, 생활밀착형 SOC로 신청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신공항 건립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본다. 그 밖에 거점 국립대 지원에 대한 검토가 빠르고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송 위원장=거점 국립대의 요구사항을 50∼60% 정도 해결해서 방학 이후에 대학 측에 답을 드리려 한다. 풀 건 풀고 안 되는 것은 정리해 보고드릴 계획이다. 거점 국립대가 죽으면 국립대가 다 죽는다. 그런 각오다.
유재영 elegant@donga.com·이종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