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경제학과 92학번인 안정환 전무의 인생은 대학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어학 연수차 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전기를 맞았다. 그곳에서 외환위기를 맞은 그는 환율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도중에 귀국할까 고민하던 차에 한 캐나다인을 우연히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는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번 돈으로 여유 있는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낯선 동양인 학생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2, 3시간 영어 토론을 하자고 했다. 당시 토론 주제는 ‘젊음과 늙음의 차이는 무엇인가’ ‘한국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한다고 하는데 투자해야 할까’ 등이었다.
안 전무는 주제도 감당하기 힘든 데다 영어도 제대로 하지 못한 때여서 매번 땀을 뻘뻘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 전무는 이 토론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안 전무는 “처음엔 ‘낙하산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지만 실적이 좋아지면서부터는 오히려 직원들이 ‘끌려와서 고생한다’고 위로해준다”며 웃었다.
그는 투자에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 얘기를 절대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물론 귀를 여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 들은 얘기를 꼼꼼히 확인하는 성실한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 이어 “투자를 통해 돈을 조금 벌었다고 절대 자랑하지 않는 겸손한 자세야말로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