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당정협의를 갖고 ‘가업상속 지원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가업상속 지원 세제는 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기업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를 최대 500억 원 깎아주는 제도다. 그러나 상속 후 10년간 정규직 고용과 주력 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정은 이번에 고용·자산·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고, 동일 업종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내 소분류에서 대분류로 넓히기로 했다. 모든 중견·중소기업들은 상속세를 최장 20년간 나눠 낼 수 있도록 ‘연부연납 특례제도’도 확대했다. 업계는 개편안을 환영하면서도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이라는 공제 대상과 500억 원이라는 공제 한도가 유지돼 개편의 실효성이 적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서는 특별한 노력 없이 부(富)를 물려받은 사람에게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것은 조세정의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는 욕구가 강한 데다, 중소기업은 독특한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를 자손들이 더 잘 이어갈 수도 있다.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도 대를 이어 기업을 경영하는 사례들이 많다.
특히 가업승계가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려면 사후(死後) 상속보다 사전(死前)에 증여하는 것이 낫다. 해외에서는 단순 재산상속의 경우에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사전에 증여할 때 세금을 감면해주는 사례도 있다. 현재 사전 증여는 과세특례가 100억 원 정도로 적은데, 가업승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사전 증여와 사후 상속에 차이를 둘 이유가 없다. 추후 국회 논의와 입법 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