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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조 시장 잡아라” 금융업계는 지금 퇴직연금 인수 전쟁

입력 | 2019-06-12 03:00:00

‘쥐꼬리’ 수익률 불만 높아지자… 수수료 인하로 차별화 경쟁
신한-KB 이어 하나은행까지 퇴직연금 관련조직 확대 개편




‘더 늦기 전에 퇴직연금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춰라.’

190조 원대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금융회사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퇴직연금 관련 조직을 개편해 힘을 실어주는가 하면, 고객에게 물리는 수수료도 낮추고 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금융회사들 간의 경쟁도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0조 원으로 전년 말(168조4000억 원)보다 12.8%(21조6000억 원)가량 불어났다. 퇴직연금 시장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만족도는 바닥이다.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평균 연간 수익률은 1.01%에 그쳤다. 최근 5년간 수익률을 환산해봐도 연 1.88%에 불과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주요 은행들의 연 수익률도 여전히 1%대에 머무르고 있다. DB형을 기준으로 할 때, 신한은행의 수익률이 1.56%로 소폭 앞서 있고 KEB하나은행(1.47%)과 KB국민은행(1.43%)이 뒤를 잇고 있다. 수익률은 ‘쥐꼬리’ 수준이지만 각 회사들은 적립금 대비 0.4∼0.6%대의 수수료와 보수를 꼬박꼬박 챙겨가고 있다.

퇴직연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불만이 높아지자 금융회사들은 수수료 인하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달부터 퇴직연금 수수료를 깜짝 인하했다. 신한금융 역시 조용병 회장의 지시로 퇴직연금 상품의 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장기계약자 등에 대한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DB형과 DC형의 수수료율을 차등화하는 등 수수료 체계를 재구축할 방침이다. KEB하나은행도 자금력이 떨어지는 20∼34세의 사회초년생과 55세 이상의 은퇴세대에 대해 퇴직연금 수수료를 최대 70%까지 깎아주는 내용의 수수료 개편안을 곧 내놓기로 했다.

디지털뱅킹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퇴직연금 관리를 돕기 위한 플랫폼도 선보인다. 신한금융의 ‘스마트연금마당’은 신한금융 모든 계열사의 퇴직연금 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상품 및 포트폴리오를 손쉽게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KB금융의 ‘그룹 통합 퇴직연금 플랫폼’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관련 조직도 확대 개편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 4월 계열사별로 나뉘어 있던 퇴직연금 사업 부문을 확대 개편해 ‘매트릭스’ 체제를 꾸렸다. KB금융도 5월 말 연금사업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며칠 뒤 KEB하나은행도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일대일 맞춤 자산관리와 수익률 컨설팅을 해주는 연금자산관리센터를 열었다.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금융회사들의 경쟁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와, 금융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게 돈을 굴려주는 ‘디폴트 옵션’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가입자가 매년 성과를 평가해 위탁운용사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KEB하나은행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 총괄 김미숙 부장은 “갈수록 퇴직연금 시장 내 DC형, IRP 비중이 늘어나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