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수익률 불만 높아지자… 수수료 인하로 차별화 경쟁 신한-KB 이어 하나은행까지 퇴직연금 관련조직 확대 개편
190조 원대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금융회사 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퇴직연금 관련 조직을 개편해 힘을 실어주는가 하면, 고객에게 물리는 수수료도 낮추고 있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금융회사들 간의 경쟁도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0조 원으로 전년 말(168조4000억 원)보다 12.8%(21조6000억 원)가량 불어났다. 퇴직연금 시장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퇴직연금에 대한 만족도는 바닥이다.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평균 연간 수익률은 1.01%에 그쳤다. 최근 5년간 수익률을 환산해봐도 연 1.88%에 불과하다.
디지털뱅킹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퇴직연금 관리를 돕기 위한 플랫폼도 선보인다. 신한금융의 ‘스마트연금마당’은 신한금융 모든 계열사의 퇴직연금 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상품 및 포트폴리오를 손쉽게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KB금융의 ‘그룹 통합 퇴직연금 플랫폼’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회사들은 퇴직연금 관련 조직도 확대 개편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 4월 계열사별로 나뉘어 있던 퇴직연금 사업 부문을 확대 개편해 ‘매트릭스’ 체제를 꾸렸다. KB금융도 5월 말 연금사업 컨트롤타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며칠 뒤 KEB하나은행도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일대일 맞춤 자산관리와 수익률 컨설팅을 해주는 연금자산관리센터를 열었다.
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금융회사들의 경쟁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와, 금융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게 돈을 굴려주는 ‘디폴트 옵션’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가입자가 매년 성과를 평가해 위탁운용사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KEB하나은행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 총괄 김미숙 부장은 “갈수록 퇴직연금 시장 내 DC형, IRP 비중이 늘어나고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