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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메신저’ 아베, 이란 매듭 풀까

입력 | 2019-06-12 03:00:00

12일 日총리로 41년만에 방문
4월 방미때 트럼프가 중재 요청… 美국무부 “이란 비핵화 한뜻” 기대감
이란은 美경제제재 완화 앞세워… 日야당 “참의원 선거 앞둔 정치쇼”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14일 이란을 방문한다. 아베 정권은 ‘만남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야당에서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란을 포함해 지역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10일 “미국과 일본은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도록 하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히며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12일 회담한 뒤 만찬을 함께하고, 13일에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회담할 계획이다. 현직 일본 총리의 이란 방문은 1978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총리 이후 41년 만이다. 아베 총리 개인으로는 1983년 8월 부친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당시 외상을 따라 이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4월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가서 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아베 총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5월 트럼프 정권은 핵 합의에서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핵 합의 이행 일부 정지를 선언했고, 미국은 중동에 핵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를 급파하며 맞대응했다. 양측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중재역으로 이란에 가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란 측에 2015년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준수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란은 경제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모르테자 라흐마니 주일 이란대사는 11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이란을 포함한 걸프 지역의 모든 국가와 친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역내 대화를 촉진하는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지지통신은 “총리의 이란 방문에 대해 정부 내에서 선거용 정치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동 외교가에서는 처음부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군사적 충돌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란은 다양한 종류의 탄도미사일과 정예 지상군을 보유하고 있고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의 무장정파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 나라들에 자국 군대도 파견해 놓은 상태다. 이란과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중동 내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미국으로서도 이란과의 벼랑 끝 대결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강한 압박에도 이란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인사이며 동시에 이란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의 정상인 아베 총리를 ‘메신저’로 선택했다. 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뒤 ‘오바마표 핵 합의’를 없애고, 자신이 주도한 핵 합의를 마련하려는 의지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자 유화책으로 아베 총리의 중재 외교를 택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이세형 기자